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메드팩토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백토서팁'의 임상 2상 결과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메드팩토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백토서팁'의 임상 2상 결과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백토서팁을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300㎎씩 투약했을 때 효과가 가장 우수했으며, 적은 용량일 때와 안전성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협의를 더 거쳐야겠지만 이 용량으로 임상 3상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현장에서 23일(현지시간) 만난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새롭게 공개된 백토서팁의 임상 2상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메드팩토의 백토서팁 임상을 주도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함께 백토서팁를 1일 2회 300㎎씩 투약한 결과는 이번 ESMO 포스터 발표에서 메드팩토가 처음으로 공개한 데이터다.

300㎎ 용량으로 하루 2회 투약했을 때 치료에 반응해 종양 크기가 기준 이상 줄어드는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이 18.75%로 가장 높았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도 17.35개월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부작용 문제로 투약 중단까지 이어진 사례는 9.4%로 하루에 2번 200㎎을 투약했을 때(8.3%)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임상 3상에서 더 많은 환자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기 대장암 환자의 치료 후 생존기간이 17개월을 넘긴 이번 결과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우선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여건이 좋지 못했다. 치료의 선택폭이 제한되는 현미부수체안정(MSS) 전이성 대장암(mCRC)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인 데다 환자 중 33%가 4회 이상 치료를 받고도 암이 재발한 환자들이었다. 앞서 사용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김 교수는 “이번 임상에서 직접 대조하지는 않았지만 말기 대장암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표준치료법의 임상 결과에 비하면 백토서팁이 10개월 이상 길다”고 말했다.

표준치료법인 스티바가(레고라페닙)의 OS는 6.4개월이며, 론서프(트리플루리딘/티피라실)의 OS도 7.1개월에 그친다. 아바스틴(베바시주맙)과 화학항암제를 병용한 최근 임상 결과(Sunlight) 또한 OS가 10.8개월로 보고돼 현재까지는 백토서팁의 임상 2상 OS가 가장 긴 상황이다.

지난 4월 임상 2상의 중간결과가 처음 공개됐을 때 ‘논란’이 있었던 짧은 무진행생존기간(PFS)에 대해서도 물었다. OS는 크게 증가했지만. 암이 다시 재발하거나 사망하는데 까지 걸리는 기간인 PFS가 1.22개월에 불과해 암이 너무 빨리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자세한 건 보다 많은 환자들을 살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비록 PFS는 짧았지만 암이 다시 재발한 뒤에도 백토서팁의 효과로 면역세포의 활성이 높아져 생존기간이 크게 증가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드리드=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8시 35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