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 파괴된 건물 주위에 모여있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진=AFP
'이스라엘 공습' 파괴된 건물 주위에 모여있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진=AFP
"장 분위기 좋아지나 싶었는데 또 전쟁이야?"
"본전 올 만하면 전쟁 나고…나 죽네 나 죽어."


이달 들어 주식 커뮤니티에 곡소리가 되살아났습니다. 연이은 전쟁과 확전 공포감으로 위험자산의 대표 영역인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1년 8개월째 길게 늘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무력 충돌도 발발한 상태입니다. 전쟁에 마침표가 보이지 앉자 국제전 비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제정세 관련 격월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최근 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차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 큰 화마로의 전망은 그리 멀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빅마우스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저 며칠 전 "조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영국방산전시회 DSEI에 전시된 신형 K9자주포 ′K9A2′. /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영국방산전시회 DSEI에 전시된 신형 K9자주포 ′K9A2′. /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전쟁 확산에 대한 불안심리는 증시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지정학적 위험이란 게 어느 시나리오로 갈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하지만 옛말에 '태평성대에도 굶어 죽고 전통에도 돈 번다'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떼돈을 버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있단 겁니다. 방위산업주(방산주)와 정유주 등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섹터를 비롯해 보험과 음식료 등 경기 방어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주요 산유국이 중동지역에 있는 만큼 이들 전쟁은 유가 급등을 불러옵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원한다고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원유 공급은 국제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죠. 주요 산유국 등에서 군사작전이 벌어지면 생산·운송에 차질이 생겨 결국 원유값이 오르고 정유 업계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 오른 배럴당 85.5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이후 꾸준히 오르다 지난 19일 종가 89.37을 기록, 지난달 29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장중 기준으로는 이튿날인 지난 20일 인도 WTI 가격이 90.7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대립으로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전쟁 억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두루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걷고 있지만, 그 사이 정유주는 전쟁 덕을 많이 봤습니다. 중앙에너비스는 올 7월 들어 이달까지 최대 70%(지난 19일 장중 최고가 기준) 상승했습니다. 극동유화도 최대 44%대 상승률을 보였고요. 흥구석유는 이달 18일 장중 최고가 1만7970원을 찍으며 7월 이후 무려 230% 상승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소속의 SK이노베이션S-Oil도 같은 기간 각각 최대 42%, 21% 넘게 뛰었습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군사 분쟁 이슈가 장기화하거나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연중 고점을 웃도는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이란 제재 강화 가능성과 사우디아라비아 증산 시기 불확실성이 커져 당초 예상보다 큰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방산주도 전쟁의 대표적 수혜주입니다. 여의도 전문가들은 다른 섹터보다도 방산주가 전쟁 향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매수세가 몰릴 테마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각국에 '전쟁을 굳이 일으키지 않더라도 군사력 보강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고 이번 중동 충돌로 그 인식이 한층 강해질 것이란 시각입니다.

중국과의 대립구도가 절정으로 치닫는 미국은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 비중이 3.5%입니다. 나토(NATO) 가이드라인인 2%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는 전 세계 국방 예산의 4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국방력 강화 추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중장기 트렌드가 됐습니다. 글로벌 국방 매체인 '에이비에이션 위크'의 전망치(작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국방 예산을 기존 1조8000억달러에서 2조2000억달러로 올렸고 2032년까지 누적 국방 예산은 약 2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방 예산 증가는 무기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방산주에겐 재평가 기회로 다가가는 겁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있은 이달 7일을 기점으로 지난 27일까지 주가 최대 오름폭을 살펴보면 LIG넥스원 12.06%, 한화시스템 11.52%, 한국항공우주 10.65% 등입니다. 다만 이들 주식은 3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크게 밀리면서 최근 며칠 사이 대부분 약세를 타고 있습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거시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면, 방산 주식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가 강화됐다. 특히 방산주 중에서도 방어주로 분류될 만한 주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비방산 사업분야 매출이 미미한 '순수 방산업체'에다 해외 수출 비중이 낮은 기업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은 '2024년 금융시장 전망'을 발간하고 "10년물 금리도 좀처럼 내밀 기미가 안 보이며 이스라엘 전쟁이 만들어낸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의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면서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안정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주식을 팔아야하는 이유가 납득될 만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건 사실이지만 증시 환경을 돌아보면 기회요인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