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컨텐츠랩 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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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문으로 만나 소속사 대표와 아티스트가 됐고, 영화 '오픈 더 도어'로 연출자와 제작자로 관계가 다시 변화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픈 더 도어'가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컨텐츠랩 비보 대표의 "우정의 산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쾌한 이미지의 두 사람과 전혀 영화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과거 미국 교민 사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낯선 땅으로 이민 와 끈끈할 수밖에 없는 가족이 점차 균열하는 과정 속에 인물의 내면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았다.

25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컨텐츠랩 비보 사옥에서 진행된 영화 '오픈 더 도어' 만난 장항준 감독, 송은이 대표는 촬영을 마친 후 2년 만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그 자체로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장항준 감독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싶어서 송은이 대표에게 졸랐다"고 하고, 송은이 대표는 "'내가 모른다고 사기를 치나' 싶었다"면서 가감 없이 제작 과정에 대해 전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작업을 함께하며 더 좋았다"면서 돈독한 신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장항준 감독, 송은이 대표의 일문일답.

▲ 오늘 개봉이다.
2년 전에 촬영을 마쳤고, CG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요즘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 하는데, 그 와중에 개봉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많이 쫄리다.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 아티스트, 셀럽으로서도 함께하는데 팟캐스트 '시네마운틴' 이후 대중적으로 처음 선보인 작품이고, 비보가 창사 8년 차에 접어드는데 첫 영화제작이다. 기분이 상당히 이상하고 설레는 거 같다. 개봉 자체가 요즘 많이 불투명하지 않나. 이 자체로 저에게 기쁨이 있는 거 같다.

▲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제작자로서 위기나 걱정은 없었나.

감독님의 전작인 '리바운드'도 제가 제작하진 않았지만 잘되길 바랐고, 개봉 전부터 봤는데 정말 좋은 영화라 생각했다. 내심 스코어를 좋게 기대했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도 성적이 이렇게 나오는 건 시장이 정말 안 좋구나' 그런 체감을 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개봉할 것인가'에 대해 학습이 돼 일반적인 홍보보다는 '좀 특별하게, 재밌는 요소를 만들자'라고 궁리를 많이 했다. 그래서 GV도 더 많이 하고, 영화를 재밌게 본 분들과 장항준 감독과 회식도 기획하고 있다. 잘 돼서 연말까지 된다면 '오픈 더 도어'만의 선물을 하려 한다.

저와는 합의가 안 됐다. 어제 말하더라.(웃음)
/사진=컨텐츠랩 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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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그 특수성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제작비 때문에 한국으로 무대를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미국 교민 사회의 특별한 부분이 있다. 교민들은 이민 온 시간으로 한국에 대한 기억이 멈춰있다. 그래서 더 보수적인 부분도 있고, 정착 과정들이 고단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가족들끼리 끈끈한 유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관계, 갈등, 살아남기 위한 분투, 그 안의 균열들은 교민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송은이를 졸랐다.

▲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반영된 건가.

완전히 똑같진 않다. 이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직 감옥에 계신 분도 있다. 오래전 발생한 사건이다. 저는 이 사건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거다. 흡사하게 하려고 하진 않았다. 이 이야기를 봤을 때 누구나 욕망이 있고, 살아남기 위해 가장 자신들이 소중하게 느낀 걸 버리는 게 비극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의 모티브로 삼게 됐다.

▲ '오픈 더 도어'라는 제목에 담긴 '문'은 어떤 의미인가.

수십 개의 문이 있다. 기회가 되는 문, 파멸의 문일 수도 있다. 수많은 문 중 대비됐을 때 보여질 그들이 가진 삶에 주안점을 둔 거 같다. 원래는 15분 단편을 썼다. 송은이 씨에게는 술자리에서 보여줬는데,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 단편이고 부담이 없으니 제작해보자고 해서 시작됐는데, 쓰다 보니 단편으로 하기엔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범인이 누구다'를 떠나 '왜', '어떻게'가 중요한 본질이라 챕터가 늘어나 장편화가 됐다.

▲ 제작자 입장에서는 작품이 길어지는 게 부담이 되진 않았나.

영화로 잔뼈가 굵은 분들이 있었고, 제작 형태가 예능에서 영화가 된 거라 생각해 걱정되진 않았다. 제작비가 늘어난 차원은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했다. 뭘 몰랐달까.(웃음) 영화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거라면 그게 맞다고 봤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예산으로 최고의 질을 뽑기 위해 노력했다.

한정된 예산을 필요한 부분에 쓰려면 다른 데서 아껴야 하지 않나. 그래서 PD님이나 저도 다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이게 만들어지는 게 가치 있는 거니까. 다만 스태프, 배우들은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서 했다. 규모가 작은 작품에서는 52시간 근로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은데, 비보가 회사 이미지가 좋은 회사라 꼭 맞춰서 잘했다.

감독님은 지인들에게 밥차와 커피차로 복지를 끊이지 않게 했다.

작지만 큰 복지를 실천하고자 했다. 제가 지인들에게 당당히 요구하면서 식대도 아꼈다. 십시일반으로 보내달라 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집이 굉장히 중요한데, 적당하게 로케이션으로 할 수 있었고, 로케이션으로 찍는 게 예산이 적게 들어가 저도 그러길 바랐다. 그런데 감독님은 중요한 공간이라 세트로 하자고 하자고 하더라. '모른다고 사기를 치나' 싶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니 '아, 좋은 선택이었다' 싶더라. 여기에 돈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찾으러 다녔는데, 외부는 그럴싸한데 내부는 완전히 한국식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트를 선택해야 했다.
/사진=컨텐츠랩 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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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까지 짓고 열심히 촬영했는데, 러닝타임은 71분이라 아쉽더라.

현실적인 여건상 더 하기가 힘들었다. 회차가 늘면 제작비가 추가된다. 아쉬울 수 있지만 처음 가졌던 이야기의 균형을 잃지 않은 선에서 잘 노력했다.

회차도 문제지만 콘텐츠의 밀도를 살리기 위한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재밌어도 '좀 지루하다'라는 느낌을 받는 많은 콘텐츠가 있지 않나. 그런 것에 있어서 밀도 있게 딱 영화를 재미나게 봤다면 그게 좋은 거 아닌가 싶다. 다들 많이 말렸다. 그런데 이게 맞는 거 같다.

▲ 대중적으로 알려진 유쾌한 이미지와 영화의 색깔이 아주 다르다.

장르는 수단이다. 장르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제가 처음으로 코미디가 아닌 작품을 한 게 드라마 '싸인'이었다. 그때 아이템 냈을 때 방송국 반응이 안 좋았다. '해부를 해? 지상파에서?' 이런 느낌이었다. 그런 류가 아예 없었다. 그런데 그 뒤로는 '로코'인데 사람을 죽이는 드라마도 나오더라.(웃음) 그 후 영화 '기억의 밤'이라는 스릴러로 해서 저에겐 낯설지 않았다. 데뷔를 코미디 영화로 하고, 방송에서의 귀여운 이미지가 있지만 저에겐 큰 도전은 아니었다.

제작자 입장에서 저는 팟캐스트 안에서 '진지충'을 맡고 있다. 재미는 김숙 씨가 담당한다. 제가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감독님이 예능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다였다면 고민했을 거 같다. 그런데 사적으로 나누는 이야기 가운데 감독님을 무시할 수 없는 존경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좋은 영화에 대한 고민, 역할 등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했고, 그게 이 영화와 잘 맞았다. 이 영화를 본 후 나가면서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전 그게 영화의 역할이라 본다. 예능의 역할은 웃음이고. 그래서 제작한 거다.

②편에서 계속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