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판타지 속 거장의 질문…'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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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10년 만의 신작 애니…자전적 성격 짙은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무너져 내리는 세계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왔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의 세계관에는 전쟁의 기억이 영향을 미쳤다.
25일 개봉한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기본적인 설정에서부터 자전적 성격이 짙게 묻어난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때 도쿄의 열한 살 남자아이 마히토를 주인공으로 한다.
어린 시절의 미야자키 감독이 투영된 캐릭터다.
마히토는 도쿄가 공습당할 때 발생한 화재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시골에 있는 엄마의 옛집으로 간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마히토의 주변을 왜가리 한 마리가 맴돈다.
왜가리는 어느 날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마히토를 끌어들이고, 그는 왜가리를 따라 집 앞에 있는 오래된 탑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엔 시공을 초월해 새로운 세계로 가게 해주는 통로가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나오는 터널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마히토는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면서 불을 지배하는 소녀 히미,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의 존재인 와라와라, 이곳의 지배권을 노리는 잉꼬 대왕 등 환상의 존재들을 만난다.
마히토가 들어간 환상의 세계와 현실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 있다.
환상의 세계에서 잉꼬들에 쫓기던 마히토가 시공을 초월하는 문을 열면 현실에서 마히토를 찾던 아빠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문을 다시 닫으면 마히토는 환상의 세계로 돌아간다.
현실에서의 인연이 다른 세계에서 이어지는 건 불교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환상의 세계에서 마히토는 오래전 돌아가신 큰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중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일본의 존경받는 언론인 요시노 겐자부로(1899∼1981)의 책과 제목이 같다.
1937년 출간된 이 책은 청소년을 군국주의의 악영향에서 지켜내고 인간다운 삶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을 담고 있어 인생론의 고전으로 꼽힌다.
마히토는 생전의 엄마가 아들에게 선물하려고 이 책을 사놓은 걸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다.
미야자키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그려낸 마히토의 모험은 요시노의 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주제 의식은 궤를 같이한다.
관객들은 환상의 세계에서 큰할아버지가 마히토에게 "악의에 물들지 않은 돌로 네 탑을 쌓아라"라고 한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너져 내리는 세계에서 누가 악의에 물들지 않은 탑을 쌓을 것인가.
마히토처럼 자신에게 한 점 악의가 있어 그럴 자격이 없다고 고백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물네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그가 '바람이 분다'(2013)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장편 제작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철회하고 이번 작품을 내놨다.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이 은퇴 선언 번복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는 신작에 대해 "소년에겐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추한 감정과 갈등도 있을 것"이라며 "그 모든 걸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때, 드디어 세상의 문제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완성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이번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의 음악은 마히토의 모험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와 떼놓을 수 없는 그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이웃집 토토로'(2001), '천공의 성 라퓨타'(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서도 미야자키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더빙을 맡은 배우진도 화려하다.
마히토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왜가리 역은 인기 배우 스다 마사키가 맡았고, 마히토의 아빠는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기무라 다쿠야가 더빙 연기를 했다.
마히토 역은 신예 배우 산토키 소마가 맡았다.
주제곡 '스피닝 글로브'(Spinning Globe)는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가 불렀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했다.
홍보와 마케팅을 안 한 것으로도 눈길을 끈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시사회 등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의 세계관에는 전쟁의 기억이 영향을 미쳤다.
25일 개봉한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기본적인 설정에서부터 자전적 성격이 짙게 묻어난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때 도쿄의 열한 살 남자아이 마히토를 주인공으로 한다.
어린 시절의 미야자키 감독이 투영된 캐릭터다.
마히토는 도쿄가 공습당할 때 발생한 화재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시골에 있는 엄마의 옛집으로 간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마히토의 주변을 왜가리 한 마리가 맴돈다.
왜가리는 어느 날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마히토를 끌어들이고, 그는 왜가리를 따라 집 앞에 있는 오래된 탑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엔 시공을 초월해 새로운 세계로 가게 해주는 통로가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에 나오는 터널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마히토는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면서 불을 지배하는 소녀 히미,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의 존재인 와라와라, 이곳의 지배권을 노리는 잉꼬 대왕 등 환상의 존재들을 만난다.
마히토가 들어간 환상의 세계와 현실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 있다.
환상의 세계에서 잉꼬들에 쫓기던 마히토가 시공을 초월하는 문을 열면 현실에서 마히토를 찾던 아빠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문을 다시 닫으면 마히토는 환상의 세계로 돌아간다.
현실에서의 인연이 다른 세계에서 이어지는 건 불교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환상의 세계에서 마히토는 오래전 돌아가신 큰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중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일본의 존경받는 언론인 요시노 겐자부로(1899∼1981)의 책과 제목이 같다.
1937년 출간된 이 책은 청소년을 군국주의의 악영향에서 지켜내고 인간다운 삶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을 담고 있어 인생론의 고전으로 꼽힌다.
마히토는 생전의 엄마가 아들에게 선물하려고 이 책을 사놓은 걸 발견하고 눈물을 흘린다.
미야자키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그려낸 마히토의 모험은 요시노의 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주제 의식은 궤를 같이한다.
관객들은 환상의 세계에서 큰할아버지가 마히토에게 "악의에 물들지 않은 돌로 네 탑을 쌓아라"라고 한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너져 내리는 세계에서 누가 악의에 물들지 않은 탑을 쌓을 것인가.
마히토처럼 자신에게 한 점 악의가 있어 그럴 자격이 없다고 고백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물네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그가 '바람이 분다'(2013)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장편 제작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철회하고 이번 작품을 내놨다.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이 은퇴 선언 번복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는 신작에 대해 "소년에겐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추한 감정과 갈등도 있을 것"이라며 "그 모든 걸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때, 드디어 세상의 문제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완성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이번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의 음악은 마히토의 모험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와 떼놓을 수 없는 그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이웃집 토토로'(2001), '천공의 성 라퓨타'(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서도 미야자키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더빙을 맡은 배우진도 화려하다.
마히토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왜가리 역은 인기 배우 스다 마사키가 맡았고, 마히토의 아빠는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기무라 다쿠야가 더빙 연기를 했다.
마히토 역은 신예 배우 산토키 소마가 맡았다.
주제곡 '스피닝 글로브'(Spinning Globe)는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가 불렀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했다.
홍보와 마케팅을 안 한 것으로도 눈길을 끈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시사회 등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