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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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겨냥한 유럽연합(EU)의 친환경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구매로 배출량을 상쇄해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제품 홍보를 하는 것은 '그린워싱'이라는 판단에서다. EU는 탄소감축 방안으로 자체 감축이 아닌 배출권을 구매했다는 점을 명확하게 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소비자환경단체가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신제품 애플워치의 광고를 그린워싱 마케팅으로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현재 애플워치 광고에 '애플 최초의 탄소중립 제품'이라는 문구를 붙였지만, 실상은 허위광고라는 지적이다. 애플은 애플워치 한 대당 7~12kg의 배출권을 구매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애플이 배출권 구매를 탄소감축 방안으로 이행했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는 게 유럽의 주장이다.

배출권 거래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탄소중립 달성을 홍보할 경우 기업들이 제품 생산 및 유통 등 전 과정에서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니크 고옌스 유럽소비자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애플이 내세우는 탄소중립은 기후과학적으로도 틀린 것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라며 "EU의 최근 추세는 이러한 허위 탄소중립 광고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며 애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U 당국은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가 자사를 탄소중립 항공사로 홍보한 것에 대해서도 배출권 상쇄 방식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애플워치가 출시된 직후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 시작되는) 2026년부터 배출권 상쇄를 통해 탄소중립을 주장할 경우 이를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회와 유럽 이사회는 해당 제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를 한 상태다.

애플은 "배출권 구매는 일부 운송 과정의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서만 사용됐을 뿐"이라며 "애플워치의 제조 공정은 100% 청정 전기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배출량 상쇄에 사용한 배출권도 시장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 브라질, 파라과이 등의 삼림 복원 및 목재 농장 조성 등 자체적인 기후 복구 사업을 통해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