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코스피 10% 떨어질 때 롯데칠성 13% '쑥'…비결은
[기업탐방] 코스피 10% 떨어질 때 롯데칠성 13% '쑥'…비결은
롯데칠성음료가 벤처기업이 개발한 건강기능식품 원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염 개선 등 코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이다.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헬스&웰니스 산업'에 대한투자를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비염 개선 등 '코 건강' 기능성 원료 도입

서울 송파구 잠실역사거리에 있는 롯데칠성 본사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5일 찾았다. 이 회사 본사 인력 약 200명이 사거리 인근 빌딩 3개 층에서 근무 중이다. 양소현 롯데칠성 IR팀장은 "회사가 최근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코 건강 관련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원료'를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도입하기로 했다"며 "해당 기업이 이 원료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절차가 끝나는대로 도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원료로 새 건강기능식품 또는 기능성표시식품 음료를 개발해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양소현 롯데칠성음료 IR팀장이 회사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양소현 롯데칠성음료 IR팀장이 회사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병훈 기자
건강기능식품(기능 성분이 1일 권장 섭취량의 100% 함유) 및 기능성표시식품(30% 이상 함유) 원료는 크게 '고시형 원료'와 '개별인정형 원료'로 나뉜다. 고시형 원료는 식약처가 이미 기능성과 안정성을 확인한 것으로, 현재 29개 물질이 관련 고시(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돼 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새로 개발돼 이 고시 목록에 아직 없는 물질로, 개발자는 향후 6년 간 해당 물질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인정 받는다. 롯데칠성이 이번에 도입하는 물질은 독점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개별인정형 원료다.

양 팀장은 "회사가 지난해 국내 음료업계 최초로 기능성표시식품을 출시했고, 관련 원료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빅썸바이오를 인수했다"며 "헬스&웰니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이번 새 물질 도입도 그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웰니스 산업 규모는 2021년 4조7000억달러에서 2031년 12조9000억달러로 연평균 10.9% 성장할 전망이다. 헬스&웰니스는 건강기능식품, 헬시플레저(맛있는 음식으로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는 것) 등 건강관리 관련 산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헬스&웰니스 강자로 우뚝 … 주가 상승세

시장에서는 롯데칠성의 헬스&웰니스 제품 경쟁력이 최근 눈에 띄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치투자로 잘 알려진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는 "헬시플레저 제품은 맛이 일반 제품보다 못한 게 보통인데 롯데칠성은 최근 무가당 소주 새로, 펩시제로, 밀키스제로, 핫식스더킹 등 맛까지 두루 갖춘 헬시플레저 상품을 잇따라 내고 있다"며 "이같은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회사 내에서 잘 자리를 잡은 덕분"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음료 본사 사무실. 양병훈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음료 본사 사무실. 양병훈 기자
강영진 롯데칠성 홍보팀장은 "소비자 중심의 NPD(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를 고수한 게 성공 비결이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NPD 프로세스는 신제품 개발 과정을 뜻하는 말로 롯데칠성은 맛, 디자인, 품질, 마케팅 등 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의 피드백을 꼼꼼하게 받아 반영한다. 강 팀장은 "과거에는 시장 트렌드를 빨리 좇아가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속도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오래 걸리더라도 소비자 피드백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만족도를 높인다"고 했다.

박자영 롯데칠성 소주BM팀장은 "최근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소주 새로 등은 이 과정을 통해 개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맛이 없지만 몸에 좋은 제품을 살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제품을 소비할 때는 기본적으로 맛이 없으면 사지 않는다"며 "소비자 중심의 NPD 프로세스로 이런 니즈를 파악하고 맛있는 헬시플레저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연이은 제품 개발 성공으로 주가도 오름세다. 올 하반기 초부터 이달 2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0.20% 떨어지는 동안 롯데칠성 주가는 12.67% 올랐다.
[기업탐방] 코스피 10% 떨어질 때 롯데칠성 13% '쑥'…비결은

"배당성향 높이는 등 주주환원 강화할 것"

롯데칠성은 최근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약 7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미얀마, 필리핀에는 현지 법인 자회사가 있다. 자회사를 동남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만든 건 이 지역의 음료 소비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구권으로 시장을 넓히는 중이다. 진희송 롯데칠성 미주동남아팀장은 "지난해 회사의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43% 성장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새로를 미국에서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음료 본사 사무실에 이 회사 제품 진열돼 있는 모습. 양병훈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음료 본사 사무실에 이 회사 제품 진열돼 있는 모습. 양병훈 기자
제주도에 짓고 있는 위스키 공장도 관심을 끈다. 롯데칠성은 이 공장을 2025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김동준 롯데칠성 스피리츠BM팀장은 "위스키 종주국은 영국 스코틀랜드지만 최근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등이 자체 위스키 산업을 키워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충분히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위스키 소비량이 8.5% 늘었고, 특히 한국의 소비량이 45.9% 급증했다"며 "제주도 위스키 공장으로 이런 흐름에 올라탈 것"이라고 했다.

양 팀장은 "주주이익 확대를 위해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2021년 24%에서 지난해에는 28%까지 올렸고 중장기적으로 3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필리핀 법인에서 손익구조 합리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비용 절감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기업탐방] 코스피 10% 떨어질 때 롯데칠성 13% '쑥'…비결은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