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폭락 감수"…개혁 밀어붙인 마크롱 '반전 결과' [연금개혁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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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닮은 꼴' 마크롱
지지율 하락 감수하고 구조개혁으로 '프랑스병' 치료
지난 3월 연금 수령 연령 2세 늦추는 연금개혁 강행
10월 국정 지지율 29%…개혁 전 40%대 회복 못해
2017년 첫 임기 땐 노동개혁으로 지지율 60%에서 20%로 급락
표 떨어지는 것 알면서도 재선 후 연금개혁 추진
尹정부, 27일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앞두고 '맹탕' 우려 커져
"개혁 의지 있다면 명확한 방향성 제시해야"
지지율 하락 감수하고 구조개혁으로 '프랑스병' 치료
지난 3월 연금 수령 연령 2세 늦추는 연금개혁 강행
10월 국정 지지율 29%…개혁 전 40%대 회복 못해
2017년 첫 임기 땐 노동개혁으로 지지율 60%에서 20%로 급락
표 떨어지는 것 알면서도 재선 후 연금개혁 추진
尹정부, 27일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앞두고 '맹탕' 우려 커져
"개혁 의지 있다면 명확한 방향성 제시해야"
올해 3월 반대 여론에도 연금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연금개혁을 관철시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집권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는 노동개혁과 공무원 감축 등 공공개혁, 올해는 연금개혁까지 대중의 인기가 없는 개혁만 골라서 한 결과다.
개혁의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을 잃었지만 ‘유럽의 환자’란 조롱까지 듣던 프랑스 경제는 침체 일로인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사례는 27일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앞둔 윤석열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9%로 지난 9월(28%)에 이어 2개월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국민 70%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강행하면서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진 뒤 30% 초반대를 횡보하다 다시 20%대로 떨어진 것이다.
마크롱이 개혁을 위해 지지율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대선에서 66%의 득표율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부터 ‘롤러 코스터’를 탔다. 핵심 원인은 ‘구조개혁’에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가 “30년 동안 저성장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쇠락 일로에 있던 프랑스를 되살리기 위해선 연금·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신념이자 대선 공약이다.
마크롱은 집권 첫 해부터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청소년 직업 교육에 기업 참여, 공공 일자리 12만개 감축, 연금 수령 연령 연장 등 굵직한 구조개혁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펼쳐나갔다. 부유세 폐지, 유류세 인상 발표 등 친기업 정책으로 당선 이듬해인 2018년 대규모 반대 시위인 ‘노란 조끼 시위’가 확산되며 지지율은 그해 11월 23%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금개혁 추진이 연기되고 공공 일자리 감축 규모도 8만5000개로 줄긴 했지만 세제 개편과 노동 개혁의 큰 줄기는 이어졌다. 상황이 반전되는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크롱이 취임한 2017년 5월 당시 9.7%에 달했던 실업률이 2019년 2분기 8.5%로 떨어지고, 청년 실업률은 23%에서 19%로 떨어지는 등 눈에 띄는 경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여론은 반전됐다. 프랑스의 고질적 문제였던 실업률은 2022년엔 7.3%까지 떨어졌다. 2016년 1.1%에 불과했던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은 2017년 2.29%로 높아지며 영국을 제쳤다. 이후 2018~2019년에도 1.8%대의 성장률을 이어갔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7.78%의 타격을 입었지만, 이듬해인 2021년 7%로 5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경제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2021년 40%대를 회복했고, 2022년 대선에선 20년 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극우 성향의 경쟁 후보들의 친러시아 행적 등이 논란이 되며 다소 ‘운’도 따랐다는 평가도 있지만 구조개혁을 통해 프랑스 경제를 반등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은 미뤘던 연금개혁을 다시 밀어붙였다. 그는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연금 재정을 개혁하기 위해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개혁에 들어갔고, 국민 70%가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와 전국적인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강행했다.
결국 올해 3월에도 의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의회 동의 없이 정부가 단독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4월에 법을 통과시켰다. 임기 초기부터 그를 따라다닌 ‘불통’ 이미지가 커지며 그의 지지율은 지난 3월 28%로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난 2019년 이후 다시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첫 임기 중 구조개혁이 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몸소 확인했음에도 재선 후 인기 없는 개혁을 강행하는 ‘뚝심’을 보여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개혁안 강행 이후 첫 인터뷰에서 “더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 제도 적자가) 악화한다”며 “이 개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 개혁으로 떨어진 인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며 “단기적인 여론 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지지율을 잃었지만 프랑스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로존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1.0%로 높였다. 유로존 성장률이 0.9%에서 0.7%로 낮아지는 가운데 주요국 중에선 유일하게 당초 전망을 넘어선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3%로 동결했다. 독일, 영국 등 주변국들이 모두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가운데서 돋보이는 모습이다. 27일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 격인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앞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의 행보는 상당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 대통령의 행보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구조개혁을 밀어붙인 마크롱과 ‘닮은 꼴’이란 평가가 많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개혁이란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혁으로 떨어지는 인기를 받아들이겠다는 마크롱의 행보와 판박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 안팎에선 보험료율 인상을 중심으로 한 연금개혁안이 유력하게 제시돼왔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30% 수준에 머무는 등 지지부진하면서 정부가 명확한 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나리오를 열거하는 수준의 ‘맹탕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제도 전문가는 “(정부가) 프랑스의 사례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유럽의 환자였던 프랑스를 살렸다는 맥락보다는 구조개혁이 당장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더 무게 있게 보는 듯 하다"며 "진정 개혁 의지가 있다면 리더(대통령)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개혁의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을 잃었지만 ‘유럽의 환자’란 조롱까지 듣던 프랑스 경제는 침체 일로인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사례는 27일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앞둔 윤석열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율 폭락 감수하고 연달아 개혁 강행
지난 23일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9%로 지난 9월(28%)에 이어 2개월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국민 70%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개혁을 강행하면서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진 뒤 30% 초반대를 횡보하다 다시 20%대로 떨어진 것이다.
마크롱이 개혁을 위해 지지율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대선에서 66%의 득표율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부터 ‘롤러 코스터’를 탔다. 핵심 원인은 ‘구조개혁’에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가 “30년 동안 저성장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쇠락 일로에 있던 프랑스를 되살리기 위해선 연금·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신념이자 대선 공약이다.
마크롱은 집권 첫 해부터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청소년 직업 교육에 기업 참여, 공공 일자리 12만개 감축, 연금 수령 연령 연장 등 굵직한 구조개혁 조치를 동시다발적으로 펼쳐나갔다. 부유세 폐지, 유류세 인상 발표 등 친기업 정책으로 당선 이듬해인 2018년 대규모 반대 시위인 ‘노란 조끼 시위’가 확산되며 지지율은 그해 11월 23%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금개혁 추진이 연기되고 공공 일자리 감축 규모도 8만5000개로 줄긴 했지만 세제 개편과 노동 개혁의 큰 줄기는 이어졌다. 상황이 반전되는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크롱이 취임한 2017년 5월 당시 9.7%에 달했던 실업률이 2019년 2분기 8.5%로 떨어지고, 청년 실업률은 23%에서 19%로 떨어지는 등 눈에 띄는 경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여론은 반전됐다. 프랑스의 고질적 문제였던 실업률은 2022년엔 7.3%까지 떨어졌다. 2016년 1.1%에 불과했던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은 2017년 2.29%로 높아지며 영국을 제쳤다. 이후 2018~2019년에도 1.8%대의 성장률을 이어갔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7.78%의 타격을 입었지만, 이듬해인 2021년 7%로 5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경제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2021년 40%대를 회복했고, 2022년 대선에선 20년 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극우 성향의 경쟁 후보들의 친러시아 행적 등이 논란이 되며 다소 ‘운’도 따랐다는 평가도 있지만 구조개혁을 통해 프랑스 경제를 반등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로존 침체에도 프랑스 홀로 순항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은 미뤘던 연금개혁을 다시 밀어붙였다. 그는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연금 재정을 개혁하기 위해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는 개혁에 들어갔고, 국민 70%가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와 전국적인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강행했다.
결국 올해 3월에도 의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의회 동의 없이 정부가 단독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4월에 법을 통과시켰다. 임기 초기부터 그를 따라다닌 ‘불통’ 이미지가 커지며 그의 지지율은 지난 3월 28%로 노란조끼 시위가 일어난 2019년 이후 다시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첫 임기 중 구조개혁이 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몸소 확인했음에도 재선 후 인기 없는 개혁을 강행하는 ‘뚝심’을 보여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개혁안 강행 이후 첫 인터뷰에서 “더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 제도 적자가) 악화한다”며 “이 개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 개혁으로 떨어진 인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며 “단기적인 여론 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인 이익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지지율을 잃었지만 프랑스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로존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프랑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1.0%로 높였다. 유로존 성장률이 0.9%에서 0.7%로 낮아지는 가운데 주요국 중에선 유일하게 당초 전망을 넘어선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3%로 동결했다. 독일, 영국 등 주변국들이 모두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가운데서 돋보이는 모습이다. 27일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 격인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앞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의 행보는 상당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 대통령의 행보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구조개혁을 밀어붙인 마크롱과 ‘닮은 꼴’이란 평가가 많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개혁이란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혁으로 떨어지는 인기를 받아들이겠다는 마크롱의 행보와 판박이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 안팎에선 보험료율 인상을 중심으로 한 연금개혁안이 유력하게 제시돼왔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30% 수준에 머무는 등 지지부진하면서 정부가 명확한 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나리오를 열거하는 수준의 ‘맹탕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제도 전문가는 “(정부가) 프랑스의 사례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유럽의 환자였던 프랑스를 살렸다는 맥락보다는 구조개혁이 당장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더 무게 있게 보는 듯 하다"며 "진정 개혁 의지가 있다면 리더(대통령)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