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두 장관 해임, 중국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에 대한 의구심 지펴"
"시진핑, 친강·리상푸에 실망해 '이너 서클'에 더 밀착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이 직접 승진시킨 친강 외교부장과 리상푸 국방부장을 몇 달 만에 해임한 가운데, 두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자신의 '이너 서클'(핵심 권력층)에 더 밀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분석센터 연구원 닐 토머스는 이 매체에 "친강과 리상푸에 대한 시 주석의 실망은 그를 자신의 정치적 충복들로 구성된 이너 서클에 더욱 밀착하도록 만들고 의사 결정을 더욱 중앙집권화하며 중국 엘리트 정치의 비밀과 불확실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리상푸 해임은 정치적 무결성과 안정적 통치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시 주석에게 또 하나의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군에서 고위 부패 근절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았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친강이나 리상푸가 시 주석의 이너 서클에 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주목해야겠지만, 이번 해임은 국가 안보와 군 현대화에 대한 시 주석의 집착이 자신이 엄선한 주요 관리들에 대한 마음을 압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리상푸의 국방부장, 국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직을 모두 면직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7월 외교부장에서 면직됐으나 국무위원직을 유지하던 친강 전 외교부장에 대해서도 국무위원직을 면직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두 사람의 면직 사유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외교가와 중화권 매체에서는 리상푸가 군의 무기 조달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친강은 부패 혐의와 주미대사 시절 혼외관계 때문에 경질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CMP는 "분석가들은 석 달 새 두 장관이 해임되면서 아무런 설명이 나오지 않아 중국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에 대한 의구심을 지핀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정치학자 천다오인은 SCMP에 반부패 운동은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수호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라고 짚었다.

그는 "시 주석 충성파들이 모든 핵심 자리에 있지만 시 주석 추종자들의 네트워크는 다양하다"며 "부패는 각자의 정치적 라이벌들에 의해 시 주석에게 보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권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새롭게 승진시킨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있는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조지 매그너스 연구원은 "장관이 해임되는 것은 대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을 (다른 나라와) 구별 짓는 것은 투명성 결여와 핵심 인물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힘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또한 근본적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라 여길 수 있다"며 "시 주석은 이 문제를 헤쳐 나가겠지만 그의 위신에 일부 손상이 가해질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시 주석이 부패에 엄격한 지도자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일로 그의 인기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일정 정도 규모의 부패 사건은 시진핑이 인기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