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국립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앞서 수도권 편중이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과적인 의사 및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신규 의대 설치가 최선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주요 국립대 교수회 회장들의 합의체인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먼저 의대 정원에 대해서 대학과 병원 운영의 자율성, 교육환경, 복지 정책 등과 맞물려 있고 의사 지망생 개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하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회는 “의대 정원 증가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하면 학문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충원에 앞서 의사의 수도권 편중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기존 의대 및 전문가들과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서 우려했다.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 연구개발 예산 감축은 피하기 어려우나 연구지원 시스템의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건비는 고정비로 국가가 부담하고, 연구비는 연구활동에만 쓰게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연합회는 “연구비 이권 카르텔의 핵심은 대형 정책과제인 만큼, 카르텔 혁파를 위해 정부 대형과제의 개발·선정·평가가 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며 객관적으로 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융복합학과 설치에 대해서도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융복합학문의 핵심은 다양성과 개방성이지만 지금 처럼 학과 및 전공의 장벽이 견고한 상태에서는 정부의 집중지원이 분야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학계 간 반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결국 정책목표 달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입시제도 개혁을 위해 대학이 완전한 입시자율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의 통폐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대학의 청산이 아닌 통합 작업으로 대학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이 되야 한다고 했다. 연합회는 “대학 통폐합 사업을 예산낭비가 우려되는 대학인프라 지원이 아닌 교수와 학생의 교육·연구·학습 활동을 강화하는 어젠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