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폰 통화 녹음 때문에 SK텔레콤으로 번호 이동해야겠어요."

아이폰을 사용 중인 KT 가입자 A씨는 최근 스마트폰 교체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SK텔레콤이 국내 아이폰 사용자 대상으로 통화 녹음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A씨는 "오랫동안 가족 2명과의 결합할인을 적용받고 있어 번호 이동이 고민되지만, 통화녹음이 된다고 하니 (통신사를) 바꾸긴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숙원 드디어 해결"…아이폰 '통화녹음' 가능해졌다

사진=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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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모바일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A.)을 통해 아이폰 이용자에게도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자 국내 사용자들이 반기고 있다. 아이폰 최대 단점은 '교통카드' '통화녹음' '충전단자' 등이 꼽힌다. 지난 3월 국내 애플페이 출시에 이어 지난 13일 다른 제조사와 호환이 되는 USB-C 타입 충전 단자가 적용된 아이폰15 시리즈가 나오고,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에서 통화 녹음 기능을 지원하면서 아이폰의 단점으로 꼽히던 이같은 불편함이 대폭 개선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부터 에이닷 애플리케이션(앱) 업데이트를 통해 통화녹음은 물론 내용 요약 등 신규 기능을 추가했다. 다른 통신사 가입자는 에이닷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으나 녹음 기능 이용은 제한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앱을 통해 별도 비용 없이 무료로 '통화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정책적으로 모든 제품에 통화 녹음을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11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별도 앱을 통해 아이폰에서도 통화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유료라 비용이 드는 데다 통화품질이 나빠 서비스 만족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통화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영업직군, 자영업자, 직장인 등의 경우 아이폰을 사용하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아이폰을 고수하던 사용자들은 최근 에이닷 업데이트로 통화 녹음이 가능해지자 "오랜 숙원이 드디어 해결됐다"며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캡처.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애플 앱스토어 캡처.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한 30대 아이폰 사용자는 "그동안 시끄러운 곳에서 전화번호를 받아 적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귀를 막고 내용을 재차 확인하거나 뛰어서 조용한 실내로 장소를 이동하곤 했다. 이제 이런 불편함이 없어지고 녹음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도 "아이폰을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기능이 '통화 녹음'인데 지금이라도 가능해져 너무 좋다"며 "녹음 때문에 갤럭시로 바꿀 뻔한 적이 많았는데 안 바꾸고 버티길 잘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면서 에이닷 앱은 단숨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오른 뒤 이날 오후(5시 기준)까지 이틀 연속 무료 앱 1위를 지키고 있다.

단숨에 '1위' 오른 에이닷 앱…KT·LG유플 도입되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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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통화 녹음' 서비스의 기술적 어려움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 품질과 부가적 기능 등 소소한 차이는 있어도 앱에서 통화 녹음을 제공하는 기능 자체에 대한 기술적 어려움은 크지 않다"며 "이미 다른 유료 앱에서도 지원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에이닷 통화 녹음 서비스는 외부 개발자가 만든 서드파티 앱(Third Party App) 형태로 제공된다. 애플은 휴대폰 자체에 통화 녹음 기능을 차단하고 있지만,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일반 서드파티 앱을 통한 통화 녹음 서비스는 허용하고 있다. 이미 '스위치' 등 일부 앱에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 중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5월 내놓은 앱에 '통화 녹음'이라는 새 기능을 탑재한 이유는 에이닷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동통신 업계는 기존 통신업이 정체되면서 AI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에이닷은 SK텔레콤의 핵심 서비스로 꼽힌다. 사용자들을 위한 AI 개인비서를 표방하는 앱인 만큼,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탑재해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이폰 주 사용층이 1020세대라는 점에서 미래 잠재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측은 올 들어 에이닷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용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지난 4월 '이루다' 개발사인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6월엔 대대적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인공지능 피라미드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에이닷은 현재 70점"이라며 "100점짜리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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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