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땅마다 슈퍼맨처럼 나타나 '종이의 집' 짓는 반 시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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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상 받은 '재난건축의 아이콘' 반 시게루
내년 3월까지 서울 동대문 DDP에 '종이의 집' 설치
"건축은 짓는 것보다 철거할 때가 더 중요"
80년대부터 '종이 자재 실험'…가장 강한 재료로
매년 발생하는 지진과 피해자에 '건축가적 책임감'
1994년 르완다 내전 임시 보호소로 시작
고베 터키 아이티 후쿠시마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재난 지역에 보호소와 교회 성당 학교 음악당 건축
내년 3월까지 서울 동대문 DDP에 '종이의 집' 설치
"건축은 짓는 것보다 철거할 때가 더 중요"
80년대부터 '종이 자재 실험'…가장 강한 재료로
매년 발생하는 지진과 피해자에 '건축가적 책임감'
1994년 르완다 내전 임시 보호소로 시작
고베 터키 아이티 후쿠시마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재난 지역에 보호소와 교회 성당 학교 음악당 건축
![전세계 분쟁 및 재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종이 쉼터'를 만들고 있는 반 시게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203.1.jpg)
지난 수십 년간은 다수의 건축가들이 앞다퉈 첨단의 기술, 높고 화려한 건축물 짓기에 몰입했다. 국가의 부, 자산가의 권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서 건축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종이건축의 거장 반 시게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518.1.jpg)
![반 시게루가 동대문 DDP에 세운 종이 대피소](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472.1.jpg)
![전세계 분쟁 및 재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종이 쉼터'를 만들고 있는 반 시게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205.1.jpg)
"건축은 세울 때가 아니라 부술 때가 문제다"
'종이 건축'의 시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뉴욕 쿠퍼유니온대 건축학과를 다닌 그는 어느 날 버려진 건축자재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의 수명이 나날이 짧아지고 있는 데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했다. 그렇게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튼튼한 건축 자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건축' 'ESG'라는 단어 조차 없을 때였다.![전세계 분쟁 및 재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종이 쉼터'를 만들고 있는 반 시게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197.1.jpg)
![전세계 분쟁 및 재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종이 쉼터'를 만들고 있는 반 시게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198.1.jpg)
지금의 재난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
그의 종이 건축이 빛을 발한 건 재난 지역에서다. TV를 보다 문득 자기반성적 생각에 빠진 게 시작이었다."지진 자체로 죽는 사람은 없어요. 무너진 건축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것을 보았죠. 건축가의 책임의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건축가들은 권력과 힘을 가진 부유층과 권력자, 정부를 위한 건물을 짓느라 너무 바쁜 모양이었어요.(웃음) 부자와 개발업자들의 과시용 건축을 짓는 데 집중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꼈죠. 현장으로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1994년 르완다 인종 대학살 때 종이 튜브를 이용해 재해 난민 수용소를 지었다. 200만 명의 난민들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유엔이 지급한 비닐 한 장으로 버티고 있던 때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와 생활하며 삼림도 파괴되고 있었다. 알루미늄관과 알루미늄 막사를 짓는 것을 보니 '이게 웬 낭비인가' 싶어 한숨만 나왔다. 종이로 하수관과 배수관까지 만들어 쉴 곳을 마련했다. 싸고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종이 튜브는 임시 주거지 건축에 제격인 소재였다. 이후 자원건축가네트워크(VAN)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1995년 일본 고베, 1999년 터키, 2010년 아이티,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까지 재해가 일어난 현장은 모두 찾았다.
![전세계 분쟁 및 재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종이 쉼터'를 만들고 있는 반 시게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199.1.jpg)
'행동하는 건축가' 세계에 '종이 랜드마크'를
행동하는 건축가로 이름난 그이지만 꼭 재난 현장에서만 통하는 건 아니다. 과학적으로 견고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그의 건축은 나무와 종이를 사용해 세계 어느 곳, 어느 장소에서도 잘 어우러진다. 2011년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규모 6.3의 지진으로 도시의 대표 건축물인 크라이스트처치가 큰 피해를 입었을 당시 반 시게루는 현지에서 종이 튜브와 컨테이너를 조달해 700명의 인원이 함께 예배를 볼 수 있는 '종이 성당'을 지었다. 건물 지붕은 컨테이너로, 천장과 벽, 의자 등이 모두 종이 튜브로 만들었다. 2013년 완공된 이 건물은 원래 3년 후 허물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역 명소가 되면서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이탈리아 라퀼라 지역 지진 후 종이로 지은 음악당.](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159.1.jpg)
![미국 콜로라도주에 세운 아스펜아트뮤지엄.](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243.1.jpg)
![미국 콜로라도주에 세운 아스펜아트뮤지엄.](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245.1.jpg)
![반 시게루의 종이로 만든 돔 건축물.](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341.1.jpg)
그는 젊은 건축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반 시게루가 동대문 DDP에 세운 종이 대피소](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01.3490048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