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한국 바이오기업 에이비엘바이오와 개발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ABL111의 임상 1상 결과가 유럽종양학회(ESMO) 실험적 면역항암 분야 최우수 포스터로 선정됐습니다.”

존 헤이슬립 아이맙바이오파마 최고의학책임자(CMO·사진)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ESMO 행사장에서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는 말기 위암 환자에게 ABL111을 투여해 암 크기가 줄어드는 부분관해(PR)를 확인했다”고 했다.

중국에 본사를 둔 아이맙은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다. 아이맙은 2018년부터 에이비엘바이오와 협력 관계를 맺고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두 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번에 임상 결과가 공개된 ABL111다. 헤이슬립 CMO는 25년간 암 관련 학계와 산업계를 오가며 학술 연구와 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전문가다. 미국 애브비 연구원, 넥타테라퓨틱스 임상개발부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 아이맙에 합류했다.

ABL111은 비슷한 원리의 경쟁 약이 없는 혁신 신약으로 분류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T 기술을 활용해 개발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에 또 다른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로 개발한 후보물질을 최대 1조4300억원에 기술 이전하기도 했다.

그랩바디T는 면역세포를 불러 모아 공격을 명령하는 신호체계(4-1BB)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신호를 암세포에 정밀하게 전달하도록 개발했다. ABL111은 위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특정 단백질(클라우딘18.2)에 달라붙어 공격 명령을 내린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원리다. 헤이슬립 CMO는 “과거 4-1BB만 이용한 약물은 독성 때문에 개발에 실패했다”며 “ABL111은 안전성과 효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했다.

임상시험에선 ABL111을 투여한 위암·식도암 말기 환자 17명 중 4명의 암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 반응률(ORR) 24%를 기록했다. 최적 용량을 투여한 환자는 5명이었는데 이 중 2명에서 암세포가 줄었다. ORR 40%다. 심각한 부작용(4~5등급)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헤이슬립 CMO는 “직접 임상을 주도하며 지켜본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내년 면역항암제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투여해 처음 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마드리드=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