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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분야는 국내 스타트업의 도전이 많지 않았다. 양식이나 고기잡이, 수산물 거래 등에 젊은 인구가 적다 보니 기술 창업이 드물었다.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독특한 해양수산 사업 아이디어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블루테크’ 창업자가 늘고 있다.

스타트업 바다플랫폼이 개발한 ‘세이피안’ 서비스는 수산물 식자재의 방사능을 측정해줘 최근 부산과 경남 등지의 식당에서 호응을 얻었다. QR코드가 배치된 식당 식탁에 휴대폰을 대면 소비자는 메뉴에 쓰인 원재료의 방사능 수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바다플랫폼을 창업한 안철우 대표는 벤처기업가 출신이다. 1991년 국내 최초 한글 베이식 프로그래밍 언어인 ‘한베’를 만들어 2008년까지 현장을 누볐다. 현재 회사는 2019년 창업했다.

스타트업 한국수산기술연구원(KOF)은 바닷물을 버리지 않고 정화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해 육지에서도 쉽게 양식할 수 있는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했다. 김민수 KOF 대표는 “창업 전 강화군 주문도의 양식장에서 일하며 3년간 어민들로부터 새우 키우는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식장 수질 유지와 사료 공급을 마치 게임하듯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이 플랫폼의 장점이다.

KAIST에서 로봇을 전공한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는 대학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선박 자율운항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대표는 “실제로 기술 수요가 발생하는 영역은 해안가”라고 말했다. 씨드로닉스의 ‘선박 어라운드뷰 시스템’은 센서로 잡아내지 못하는 장애물까지 인공지능(AI)이 예측한다. 마치 최근 자동차들에 적용된 충돌 회피 보조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씨드로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해상 풍력 장치를 운반하는 설치선, 대형 선박의 입항과 출항을 돕는 예인선의 AI 운항 지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해양 로봇은 경륜 있는 창업가가 시장 개척에 나섰다. 스타트업 에스엘엠의 박영준 대표는 1995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2018년 창업하기 전까지 근무했다. 에스엘엠은 선박의 따개비를 뜯는 로봇을 제작한다. 박 대표는 “따개비가 발생시키는 물과의 마찰저항은 선박 속도를 느리게 한다”고 말했다. 에스엘엠의 수중 로봇 ‘치로’는 선박에 붙어 몸체의 아랫면을 이용해 따개비를 뜯어낸다. 국내에서 해군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 쓰고 있다.

박 대표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해양 생물체의 이동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있어 선박 따개비를 뜯어내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3년 내에 규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회를 잘 활용해 미국과 중동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수산물로 인공 배양육을 제조하는 스타트업도 나타났다. 친동생 이상윤 대표와 스타트업 셀쿠아를 창업한 이상엽 대표는 경북 포항에서 바다와 함께 자랐다. 수산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형제는 2021년 배양육의 시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의기투합했다. 셀쿠아는 뱀장어, 오징어, 새우 등 7종의 수산 동물세포를 이용해 배양육을 만들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