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올 3분기 명품업체들의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구찌’의 케링그룹은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루이비통’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3분기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대로 급락했다. 반면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는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반 소비자의 명품 소비는 크게 줄어든 반면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하이엔드급 브랜드는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경기 둔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찌 매출, 전년 동기보다 14% 급감

피크 찍은 명품시장…에르메스, 나홀로 질주
25일 글로벌 명품업계에 따르면 케링그룹은 올 3분기 44억6400만유로(약 6조3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13.1% 줄어든 수치로 증권사 추정치 평균(-11.4%)보다 감소폭이 컸다. 특히 케링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줄어든 영향이 컸다. 구찌뿐 아니라 ‘생로랑’(-16%), ‘보테가베네타’(-13%) 등 다른 브랜드도 10%대 감소율을 나타냈다.

케링은 최근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사바토 데 사르노로 교체하고 뷰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등 실적 반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루이비통·디올·셀린느 등 굵직한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명품그룹 LVMH의 3분기 매출도 올 들어 처음으로 200억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 매출은 1분기 210억3500만유로(약 30조644억원), 2분기 212억600만유로(약 30조3000억원)로 증가했다가 3분기 199억6400만유로(약 28조5300억원)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이 오르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이다.

○에르메스, 두 자릿수 매출 증가

반면 에르메스의 3분기 매출은 33억6500만유로(약 4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6% 증가했다. 앞선 1, 2분기보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시장 추정치를 웃돌면서 업계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아시아·미주 등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덕분이다. 특히 올해 진출 40주년을 맞은 일본 시장에서 공고한 팬층을 바탕으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3% 늘었다. 중국·싱가포르·태국·한국에서도 호실적을 거뒀다는 게 에르메스 측 설명이다. 에릭 뒤 할고에 에르메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각에서 판매 둔화를 예상했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추세를 보지 못했다”며 “모든 지역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기반으로 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명품업체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데 대해 가격대가 높은 에르메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은 경기 부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경기 침체 우려로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는 더 둔화할 것으로 보지만 고소득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하이엔드급 럭셔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간한 ‘2023 트루 럭셔리 글로벌 소비자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럭셔리 제품의 평균 지출액이 3만9000유로(약 5600만원) 이상인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트루 럭셔리 시장은 지난해 9000억유로(약 1286조원) 규모에서 2026년 1조3000억유로(약 1858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불황으로 럭셔리 제품 지출을 줄이는 일반 소비자와 달리 트루 럭셔리 소비자는 재정 상태에 대한 자신감과 투자 기회를 추구하는 만큼 고가의 럭셔리 제품 소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정은/양지윤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