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부채'가 무려 3경원…불안한 폭풍전야
중국이 과도한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정부 12곳을 지목해 추가적인 융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 25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동북 지역의 랴오닝성, 지린성과 남서부 구이저우성, 윈난성, 톈진시, 충칭시와 소수민족 자치구(네이멍구·광시 좡족·닝샤 후이족·신장 위구르·티베트) 중 3곳 등이 채무 불이행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이런 내용을 담은 중앙정부 문건은 이달 각 지방정부와 국유은행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12개 부채 고위험 지방정부에는 앞으로 중앙정부가 승인한 도시 낙후지역 재개발이나 저가 주택 건설 등 특정 유형의 프로젝트만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역이나 발전소 등 그간 지방정부가 입안해 추진해온 기간시설 건설은 중앙정부 허락이 없다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문건은 올해와 2024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에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대출 연장과 대환대출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의 부채 증가율이 해당 지방정부 소재 기업 부문의 평균 부채 증가율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못 박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막대한 방역 비용 지출과 수년에 걸친 과도한 인프라 투자,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상태다. 올 초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지방정부들 가운데 부채를 갚지 못해 부채 상환용 채권을 발행하는 곳도 늘었다.

특히 인프라 건설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LGFV로 끌어다 쓴 돈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로 중국 경제의 큰 위험 요소로 꼽혀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숨겨진 부채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3%에 이를 것이라고 봤고, 골드만삭스는 LGFV 부채를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달러(약 3경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전날 국민총생산(GDP) 대비 3%로 설정했던 국가 재정 적자 규모를 3.8%로 바꿔 편성하고 4분기부터 1조위안(약 184조원) 상당의 국채를 추가 발행한다는 중앙정부의 계획을 승인했다.

통상 3월 국가재정 규모를 정하고 나면 수정·편성하는 사례가 드문 중국이 국채 추가 발행이라는 카드까지 쓰면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은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연이은 위기 속에 지방정부 채무 문제까지 불거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