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지상전' 언급에 전쟁 리스크 재점화…나흘만에 반등 [오늘의 유가]
네타냐후 “지상전 대비 중” 발언에…
WTI 85달러·브렌트유 90달러선 회복


국제유가가 나흘 만에 반등했다. 지상전을 준비 중이라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으로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은 전장보다 1.65달러(1.97%) 오른 배럴당 85.39달러에 거래됐다. WTI 선물 가격이 오른 건 지난 19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12월 인도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2.06달러(2.3%) 상승한 배럴당 90.13달러에 마감했다. 역시 4거래일 만에 상승세를 되찾아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날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팔레스타인 남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공격을 미루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장 초반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방향을 틀었다.
네타냐후 '지상전' 언급에 전쟁 리스크 재점화…나흘만에 반등 [오늘의 유가]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시점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대원들은 지상과 지하, 그리고 가자지구 안과 밖 모두에서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블룸버그통신에 “중동의 여러 국가가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시시각각으로 시장에 반영되면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며 “투자자들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의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백악관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 석유 시장의 혼란을 일부 가라앉혔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늘어날 거란 전망도 전쟁 리스크를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네타냐후 '지상전' 언급에 전쟁 리스크 재점화…나흘만에 반등 [오늘의 유가]
SIA 웰스 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진스키 수석 시장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주간 단위의 원유 재고 등 데이터보다는 중동의 정치 상황이 석유 시장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원유는 배럴당 75~80달러선에서 상당히 지지되고 있으며, 공급이나 수요, 정치적 측면에서 중대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20일까지 한 주 동안의 상업용 원유 재고가 137만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24만배럴 증가)와 맥쿼리 예상치(110만배럴)를 모두 웃돌았다. 휘발유 재고가 20만배럴 늘어난 반면,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170만배럴 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는 지속해서 수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유럽중앙은행(ECB) 자료를 인용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전체의 은행 대출이 지난달 ‘일시 정지’ 상태에 가깝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1조 위안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2025년까지 원유 정제 능력의 상한선을 10억t으로 두기로 해 명백한 수요 반등 시그널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