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가격 3년 새 최저 수준…우크라 '울상'인데 풍작에 웃는 러시아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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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두 해 연속 풍작에 "밀 처치 곤란"
우크라 수출길 끊기자 러 영향력 키우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큰 폭으로 치솟았던 밀 가격이 진정되며 3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밀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 수준의 풍작을 거두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미국 밀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11% 하락한 1부셸(곡물 중량단위·약 27.2㎏) 당 5.67달러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서는 2.01%, 연중으로는 32.28% 달러 내린 가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항구인 오데사를 공격한 지난 7월 밀 가격은 부셸 당 7.6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하락세다. 밀 가격 하락에는 러시아산 밀 풍작 영향이 작용했다. 러시아 농무부는 이날 러시아 곡물 생산량이 1억4000만t으로 지난해(1억 5300만t~1억5500만t)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밀 생산량은 9300만t이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의 생산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9년 기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세 번째 밀 생산국이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러시아가 1위를 기록했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우크라이나 등이 뒤를 이었다. 밀 수출 경쟁국이자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러시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 수확을 거두면서 오히려 생산된 밀을 다 수출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BNE인텔리뉴스는 "러시아 곡물 저장고는 지난 농사의 사상 최대 수확으로 가득 차서 터질 지경이지만, 운송에 대한 제재로 인해 농부들은 곡물을 국제 시장으로 가져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더 많은 운송 경로를 찾지 못하면 34억 달러 상당의 곡물이 썩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서 전쟁을 치르며 생산량이 10년만에 가장 적은 1750만t으로 감소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엔(UN) 중재에 따라 전쟁으로 중단된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양국은 지난해 7월 협정을 맺었으나 러시아는 1년만에 이를 파기했다. 우크라이나 농업 컨설팅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된 지난 7월17일부터 8월15일까지 농산물 320만t을 수출했는데, 이는 협정이 유지된 5월(440만t)과 6월(480만t) 수출량에 비해 약 3분의1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줄어든 우크라이나 밀 수출분을 러시아가 대신 수출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량은 감소한 반면, 러시아 자체의 농업 생산량은 유리한 재배 조건으로 인해 급증했다"라며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러시아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흑해에 식량을 의존하는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우크라 수출길 끊기자 러 영향력 키우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큰 폭으로 치솟았던 밀 가격이 진정되며 3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밀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 수준의 풍작을 거두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미국 밀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11% 하락한 1부셸(곡물 중량단위·약 27.2㎏) 당 5.67달러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서는 2.01%, 연중으로는 32.28% 달러 내린 가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항구인 오데사를 공격한 지난 7월 밀 가격은 부셸 당 7.6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하락세다. 밀 가격 하락에는 러시아산 밀 풍작 영향이 작용했다. 러시아 농무부는 이날 러시아 곡물 생산량이 1억4000만t으로 지난해(1억 5300만t~1억5500만t)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밀 생산량은 9300만t이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의 생산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9년 기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세 번째 밀 생산국이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러시아가 1위를 기록했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우크라이나 등이 뒤를 이었다. 밀 수출 경쟁국이자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러시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 수확을 거두면서 오히려 생산된 밀을 다 수출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BNE인텔리뉴스는 "러시아 곡물 저장고는 지난 농사의 사상 최대 수확으로 가득 차서 터질 지경이지만, 운송에 대한 제재로 인해 농부들은 곡물을 국제 시장으로 가져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더 많은 운송 경로를 찾지 못하면 34억 달러 상당의 곡물이 썩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서 전쟁을 치르며 생산량이 10년만에 가장 적은 1750만t으로 감소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엔(UN) 중재에 따라 전쟁으로 중단된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양국은 지난해 7월 협정을 맺었으나 러시아는 1년만에 이를 파기했다. 우크라이나 농업 컨설팅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된 지난 7월17일부터 8월15일까지 농산물 320만t을 수출했는데, 이는 협정이 유지된 5월(440만t)과 6월(480만t) 수출량에 비해 약 3분의1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줄어든 우크라이나 밀 수출분을 러시아가 대신 수출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량은 감소한 반면, 러시아 자체의 농업 생산량은 유리한 재배 조건으로 인해 급증했다"라며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러시아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흑해에 식량을 의존하는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