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글쪼글 바싹 늙어도 이토록 섹시한, 오! 내 사랑 아네트 베닝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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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여배우 열전의 인물로 아네트 베닝을 결정하기까지 목하 고민이 많았다. 그녀는 1958년생이고 아무래도 아르떼 독자 중 지나치게 시니어 층만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연상 취향의 올드 보이로서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절대) 아니고, 순전히 새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제목이 이게 뭐람. 원제인 ‘파인드 어 웨이(Find a way)’가 훨씬 나아 보인다.
아네트 베닝은 이 영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 폭삭 늙었다. 게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수영을 많이 해야 하는 역할이어서 피부도 심하게 거칠게 보인다. 매일같이 수영 연습을 해야 하는 초로의 여성이 화장기가 있으면 안된다. 그래서 더욱 더 쪼글쪼글하고 볼품이 없게 나온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아네트 베닝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게다가 파트너로 나오는 조디 포스터(1962년생)도 그에 질세라 바짝 늙게 나온다. ‘나이에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여성 버디 무비이고 늙은 여자 둘의 우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수영선수 다이아나 나이애드가 2013년 나이 64세에 쿠바-플로리다 간 110마일, 약 177Km를 스트레이트로 횡단하는, 프리 솔로(일종의 단독 철인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로서는 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이긴 하다. 한국의 故조오련 선수가 1980년 48Km의 부산-대마도 해협을 13시간여만에 건넜고 1982년에는 도버-덩케르크 바다를 10시간이 채 안된 시간에 돌파한 바 있다. 요건 참고용 정리 멘트다.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스포츠 실화에 얼마나 큰 감동의 스토리를 윤색할 수 있는 가, 그러면서도 ‘윤색의 윤리학’을 지켜낼 수 있는 가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11월초 공개를 기다리는 이유다.
아네트 베닝은 여성의 늙고 뭉뚝한 몸이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혁신적’으로 증명해 낸 여배우이다. 그녀의 2018년작, 그러니까 60세 가까이에 찍은 ‘필름스타 인 리버풀(근데 이것도 원제인 ‘배우는 리버풀에서 죽지 않는다, Film Star don’t die in Liverpoo’이 훨씬 나아 보인다.)’에서 28살 차이인 상대역 배우 제이미 벨과 키스 씬, 섹스 씬, 베드 씬을 가리지 않고 해낸다. 그 모습들이 전혀 역겹지 않으며 여성들이 아네트 베닝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남자들이 제이미 벨을 더 부럽게 만든다. 영화는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였던 글로리아가 리버풀까지 흘러 들어와 연극을 하다 연기 지망생인 피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 두 남녀의 나이 차이는 실제 두 배우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연히 글로리아는 나이가 많고 그래서 병을 얻어 죽게 되지만 그 전까지 이 두 연인이 펼치는 러브 스토리는 그 어느 사랑 영화보다도 가슴을 더 울렁이게 만든다.
아네트 베닝 최고의 연기 중 한편의 작품인 바, 그녀가 여기서 보여 준 연기 - 제이미 벨에게 윙크를 하며 혀를 차면서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키는 표정과 몸짓은 이 아네트 베닝이라고 하는 여성이 평생 동안 한번도 손에서 사랑을 놓고 살지 않았음을 입증해 준다. 젊은 남자를 주저없이 사랑할 수 있는 늙은 여자는 이 세상에서 아네트 베닝 밖에 없다는 확신을 준다. ‘필름 스타 인 리버풀’은 아네트 베닝을 사랑하게 만들고, 사랑 자체를 사랑하게 만들며, 심지어 리버풀까지 사랑하게 만든다.
초로의 나이에 접어 들면서 오히려 왕성하게 다작을 해내고 있는 아네트 베닝은 얼핏 몇 작품만 뽑아 봐도 수작이 즐비하다. ‘우리의 20세기’는 진부하고 단순무식하게 표현해서 ‘참 좋은’ 작품이다. 청소년 아들을 키우는 50대 중반의 싱글맘 역할로 베닝 만한 여자가 없다. 그녀는 싱글맘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싱글맘이다. 영화 ‘갈매기(2018)’ ‘더 서치(2019)’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2022)’ 등등의 작품을 보면 그녀의 작품 선택 기준은 인간과 사랑임을 알 수가 있다. 예술적이어야 하며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요건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작품이지만 아네트 베닝의 2010년작인 ‘에브리씽 올 라잇’은 기상천외한 섹스 소동극이었다. 재미있고 의미있었으며 진보적이었다. 세상의 LGBT들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작품이었다. 닉과 줄스는 부부이다. 둘다 중년의 여성들이다. 닉은 의사이고 줄스(줄리앤 무어)는 조경업자이다. 이들 사이에는 각자가 낳은 딸(미아 와시코우스카)과 아들이 있는데 그중 아들이 생물학적 아빠 폴(마크 러팔로)을 찾아 낸다. 문제는 닉의 동성 아내인 줄스가 폴과 이성간으로 끌리게 되고 결국 혼외정사까지 갖게 된다는 것이다.
동성-이성간 외도와 삼각관계는 같을까, 다를까. 부부관계는 그것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하등 다를 게 없으며 인간사, 사랑의 이슈는 다 거기서 거기이다, 고로 인생사 한뼘 늦추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면 훨씬 좋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이 세 남녀가 결국 폴리아모리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 결론이 맞는지 틀리는 지는 각자의 의견에 맡기게 한 영화이다.
영화에서 아네트 베닝은 줄리안 무어와 한 침대에 누어,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졌는지, 아직 자신을 사랑하는지 여부를 두고 노심초사해 한다.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할리우드에 동성애자 연기를 아네트 베닝만큼 해내는, 늙고 우아한 여배우는 없다. 늙고(늙었지만이 아니고) 우아하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찬사이다.
고전영화 ‘러브 어페어’는 할리우드에서 종종 리메이크 되는 대표적인 신파영화인데 샤를 보와이에와 아이린 던이 나왔던 1939년도 작품이 있고 데보라 카와 캐리 그랜트 주연의 1957년판이 있다. 57년 영화의 한국 제목은 ‘잊지 못할 사랑’이었다. 아네트 베닝의 ‘러브 어페어’는 1994년도 작품이다.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남자에게는 이전 결혼 관계를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둘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여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여자를 간신히 찾아 낸 남자는 그녀에게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지만 여자는 그저 슬프고 따뜻한 미소만 지을 뿐 도통 소파에서 일어나지를 않는다. 왜 안 일어날까. 왜 남자를 다정하면서도 격렬하게 안지 않을까. 궁금한가. 궁금하면 오백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바보같은 호모 사피엔스일 뿐이라는 것이고 여자의 마음은 바다 속 그것처럼 깊고 푸근하다는 것이다. 모성을 지닌 진화된 인간이니까.
사람들마다 아네트 베닝과 사랑에 빠진 작품은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벅시’를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메리칸 뷰티’를 말할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은 ‘비상계엄’같은 영화에서 테러 조직에 침투해 들어가 오히려 무슬림 테러 조직원 남자를 사랑(보다는 이해)하게 된, 그래서 그 이교도 남자와의 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여자 스파이 역의 아네트 베닝을 좋아 한다.
아, 아니다. 우파 대통령을 사랑하게 된 좌파 환경 액티비스트 역으로 나온 ‘대통령의 연인’도 잊지 못하겠다. 아 모르겠다. 누가 이메일이든 문자든 뭐든 상관없이 아네트 베닝에게 전달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변방의 평론가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아이 러브 아넷!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아네트 베닝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게다가 파트너로 나오는 조디 포스터(1962년생)도 그에 질세라 바짝 늙게 나온다. ‘나이에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여성 버디 무비이고 늙은 여자 둘의 우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수영선수 다이아나 나이애드가 2013년 나이 64세에 쿠바-플로리다 간 110마일, 약 177Km를 스트레이트로 횡단하는, 프리 솔로(일종의 단독 철인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로서는 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이긴 하다. 한국의 故조오련 선수가 1980년 48Km의 부산-대마도 해협을 13시간여만에 건넜고 1982년에는 도버-덩케르크 바다를 10시간이 채 안된 시간에 돌파한 바 있다. 요건 참고용 정리 멘트다.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스포츠 실화에 얼마나 큰 감동의 스토리를 윤색할 수 있는 가, 그러면서도 ‘윤색의 윤리학’을 지켜낼 수 있는 가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11월초 공개를 기다리는 이유다.
아네트 베닝은 여성의 늙고 뭉뚝한 몸이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혁신적’으로 증명해 낸 여배우이다. 그녀의 2018년작, 그러니까 60세 가까이에 찍은 ‘필름스타 인 리버풀(근데 이것도 원제인 ‘배우는 리버풀에서 죽지 않는다, Film Star don’t die in Liverpoo’이 훨씬 나아 보인다.)’에서 28살 차이인 상대역 배우 제이미 벨과 키스 씬, 섹스 씬, 베드 씬을 가리지 않고 해낸다. 그 모습들이 전혀 역겹지 않으며 여성들이 아네트 베닝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남자들이 제이미 벨을 더 부럽게 만든다. 영화는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였던 글로리아가 리버풀까지 흘러 들어와 연극을 하다 연기 지망생인 피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 두 남녀의 나이 차이는 실제 두 배우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연히 글로리아는 나이가 많고 그래서 병을 얻어 죽게 되지만 그 전까지 이 두 연인이 펼치는 러브 스토리는 그 어느 사랑 영화보다도 가슴을 더 울렁이게 만든다.
아네트 베닝 최고의 연기 중 한편의 작품인 바, 그녀가 여기서 보여 준 연기 - 제이미 벨에게 윙크를 하며 혀를 차면서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키는 표정과 몸짓은 이 아네트 베닝이라고 하는 여성이 평생 동안 한번도 손에서 사랑을 놓고 살지 않았음을 입증해 준다. 젊은 남자를 주저없이 사랑할 수 있는 늙은 여자는 이 세상에서 아네트 베닝 밖에 없다는 확신을 준다. ‘필름 스타 인 리버풀’은 아네트 베닝을 사랑하게 만들고, 사랑 자체를 사랑하게 만들며, 심지어 리버풀까지 사랑하게 만든다.
초로의 나이에 접어 들면서 오히려 왕성하게 다작을 해내고 있는 아네트 베닝은 얼핏 몇 작품만 뽑아 봐도 수작이 즐비하다. ‘우리의 20세기’는 진부하고 단순무식하게 표현해서 ‘참 좋은’ 작품이다. 청소년 아들을 키우는 50대 중반의 싱글맘 역할로 베닝 만한 여자가 없다. 그녀는 싱글맘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싱글맘이다. 영화 ‘갈매기(2018)’ ‘더 서치(2019)’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2022)’ 등등의 작품을 보면 그녀의 작품 선택 기준은 인간과 사랑임을 알 수가 있다. 예술적이어야 하며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요건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작품이지만 아네트 베닝의 2010년작인 ‘에브리씽 올 라잇’은 기상천외한 섹스 소동극이었다. 재미있고 의미있었으며 진보적이었다. 세상의 LGBT들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작품이었다. 닉과 줄스는 부부이다. 둘다 중년의 여성들이다. 닉은 의사이고 줄스(줄리앤 무어)는 조경업자이다. 이들 사이에는 각자가 낳은 딸(미아 와시코우스카)과 아들이 있는데 그중 아들이 생물학적 아빠 폴(마크 러팔로)을 찾아 낸다. 문제는 닉의 동성 아내인 줄스가 폴과 이성간으로 끌리게 되고 결국 혼외정사까지 갖게 된다는 것이다.
동성-이성간 외도와 삼각관계는 같을까, 다를까. 부부관계는 그것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하등 다를 게 없으며 인간사, 사랑의 이슈는 다 거기서 거기이다, 고로 인생사 한뼘 늦추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면 훨씬 좋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이 세 남녀가 결국 폴리아모리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 결론이 맞는지 틀리는 지는 각자의 의견에 맡기게 한 영화이다.
영화에서 아네트 베닝은 줄리안 무어와 한 침대에 누어,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졌는지, 아직 자신을 사랑하는지 여부를 두고 노심초사해 한다.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할리우드에 동성애자 연기를 아네트 베닝만큼 해내는, 늙고 우아한 여배우는 없다. 늙고(늙었지만이 아니고) 우아하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찬사이다.
고전영화 ‘러브 어페어’는 할리우드에서 종종 리메이크 되는 대표적인 신파영화인데 샤를 보와이에와 아이린 던이 나왔던 1939년도 작품이 있고 데보라 카와 캐리 그랜트 주연의 1957년판이 있다. 57년 영화의 한국 제목은 ‘잊지 못할 사랑’이었다. 아네트 베닝의 ‘러브 어페어’는 1994년도 작품이다.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남자에게는 이전 결혼 관계를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둘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여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여자를 간신히 찾아 낸 남자는 그녀에게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지만 여자는 그저 슬프고 따뜻한 미소만 지을 뿐 도통 소파에서 일어나지를 않는다. 왜 안 일어날까. 왜 남자를 다정하면서도 격렬하게 안지 않을까. 궁금한가. 궁금하면 오백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바보같은 호모 사피엔스일 뿐이라는 것이고 여자의 마음은 바다 속 그것처럼 깊고 푸근하다는 것이다. 모성을 지닌 진화된 인간이니까.
사람들마다 아네트 베닝과 사랑에 빠진 작품은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벅시’를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메리칸 뷰티’를 말할 것이다. 나 같은 사람들은 ‘비상계엄’같은 영화에서 테러 조직에 침투해 들어가 오히려 무슬림 테러 조직원 남자를 사랑(보다는 이해)하게 된, 그래서 그 이교도 남자와의 잠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여자 스파이 역의 아네트 베닝을 좋아 한다.
아, 아니다. 우파 대통령을 사랑하게 된 좌파 환경 액티비스트 역으로 나온 ‘대통령의 연인’도 잊지 못하겠다. 아 모르겠다. 누가 이메일이든 문자든 뭐든 상관없이 아네트 베닝에게 전달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변방의 평론가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아이 러브 아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