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풍제지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첫날 하한가로 직행했다. 전체 주식 수의 40% 물량이 하한가에 풀렸지만 주문이 체결되지 않았다.

영풍제지는 26일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하한가(29.94%)로 추락해 2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조작이 밝혀지기 직전 주가인 4만8400원(10월 17일)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영풍제지는 지난 18일 거래가 정지된 이후 일주일만인 이날 매매가 재개됐다. 영풍제지 대주주이자 이날 거래가 함께 재개된 대양금속도 하한가(-30%)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제지는 이날 하한가에 1864만여주의 매도 주문이 나왔지만 거의 체결되지 않았다. 영풍제지 상장 주식 수가 4648만여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물량의 40%에 육박한다. 대주주 지분(2091만여주)을 제외하면 유통물량의 70% 이상이 하한가로 풀렸다.

하한가로 나온 물량의 대부분은 키움증권 반대매매 물량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지난 18일 하한가를 기록하기 전까지 위탁매매 계좌를 통해 약 8000억원 규모의 영풍제지 주식을 보유했다. 이 가운데 4900억원가량은 주가조작 일당이 미수거래를 통해 키움증권에서 대출해 사들인 물량으로 추정된다.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는 이날 시가총액이 1조1040억원으로 줄었다. 주가 급락 전 시가총액은 2조2497억원(17일 종가)이었다. 증권업계는 영풍제지가 앞으로 몇번 더 하한가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솔제지(시총 2382억원), 신대양제지(2164억원) 등 다른 제지업체의 시총을 감안하면 영풍제지의 적정 시총이 1000억~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영풍제지 미수금은 4943억원이다. 주가 폭락 직전 시총 2조2497억원을 가정한 규모다. 이를 근거로 업계는 키움증권이 회수할 수 있는 미수금이 1000억원 미만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 주가는 2.73% 내린 7만8500원에 마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