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바 사장 "현 주가는 이제 다른사업(신약)도 해야한다는 시그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공장을 세워 기존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기존 거래처인 글로벌 20대 대형제약사와는 위탁개발(CDO) 협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 CDMO사업과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한 바이오시밀러사업(바이오의약품 복제약)만으론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신약개발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콘퍼런스 ‘CPHI 월드와이드 2023’에 참석해 몇몇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본격 생산 앞둔 ADC 수주 영업나서...7~8공장 모달리티에 반영될까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이사회에서 ADC생산 공장 투자 안건이 통과된 사실을 공개했다. 존림 사장은 "인천 송도에 1만㎡(약 3000평) 규모 부지를 마련해, 2024년말까지 ADC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ADC시장은 아직 크진 않지만 성장률이 현 바이오의약품보다 높다"고 말했다.

기존 부지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은 독성 물질이라 기존 공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존림 사장은 아울러 ADC 생산관련 수주 활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함께 만든 펀드를 통해 차세대 ADC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아리리스, 국내 에임드바이오 등에 투자했다.

'항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는 표적하는 암세포만 골라 죽여, 정상세포 손실에 따른 항암 치료 부작용을 막는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다. ADC는 표적 암세포와 결합하는 레이더 역할의 항체, 폭탄 역할의 '페이로드',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돼 있다.

항암제에 많이 활용되는 기술로 수요가 높아지자 CDMO업계 1위인 스위스 론자도 최근 ADC생산 시설 확충에 나섰다. 론자는 최근 스위스 비스프 공장에서 ADC의 상업적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 한 곳과 장기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CGT보다 기존 단일 항체를 이용하는 ADC가 유망하다고 보고 이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 14곳, CDO사업 확대할 것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대형 제약사 20곳 중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BMS, GSK 등 14곳을 거래처로 확보해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등을 대신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위탁생산(CMO) 전 단계인 CDO로 사업을 확장했다. 대량생산을 위한 프로세스 개발과 임상물질 생산 등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존림 사장은 "고객사를 새로 늘리는 것보다 기존 고객사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그는 "14곳 고객사와 비즈니스를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며 "CDO를 할 수 있고, ADC를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신으로 진스크립트 대표를 지낸 민호성 부사장을 CDO센터장으로 새로 영입했다. 존림 사장은 “2032년 완공 목표로 지을 예정인 7~8공장도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 항체의약품이 아닌 다른 치료제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재용 회장, 언론에 나온 것보다 더 많은 빅파마 만나며 영업도와...삼바에 큰 힘"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보다 사실 더 많은 글로벌 제약회사 대표를 직접 비공개로 만나 수주 확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언론에 난 것은 일부일뿐이고 사실은 이재용 회장이 더 많은 글로벌 빅파마와 회동을 가지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존림 사장은 이 회장과 가끔씩 만나 바이오 경영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2캠퍼스를 지을때 드는 7조5000억원이 투입된다"며 "삼성이 여러가지로 많이 도와준다. 우리가 성장하는 데 삼성 브랜드의 도움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맨'답게 한국 경제를 위해선 삼성이 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 실적을 못내 세금을 적게내면 한국의 세수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한국 경제에 삼성과 협력사 매출 영향이 큰만큼 삼성도 잘돼고 한국도 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준공식 뒤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한경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4공장 준공식 뒤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한경DB

"현 주가는 이제 다른 사업을 하라는 시장의 시그널"

존림 사장은 신약개발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우리가 만약 매출 20조~3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려면 기존 CDMO, 바이오시밀러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신약개발 사업을 추가해 40조~50조기업으로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국내와 해외 신약개발사 M&A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 인수 대상자가 정해져서 당장 검토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최근 주가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것도 시장에서 이제 다른 사업도 하라는 시그널(신호)을 주는 것"이라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신약개발사 인수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그동안 유전자치료제, ADC, mRNA 등에 투자했고 종양학, 면역학, 알츠하이머, 중추신경계(CNS) 전반적인 분야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다"면서도 CAR-T에 대해선 아직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론자, 후지필름 CEO 교체...우리만 잘나가는 비결은

그는 최근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론자 후지필름 등 경쟁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교체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만 안꺾였다. 오히려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수주전에서 이기려고 정말 노력한다”며 “하지만 가격 경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약바이오업계 전체적으로 수출 확대에 노력을 기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매출이 많은 일본의 다케다제약, 아스텔라스, 다이치산교 등을 보라"며 "한국이 일본보다 30년 가량 뒤쳐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제화를 통해 우리도 따라잡을 수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95%가 미국과 유럽에서 나온다"고 했다.

임직원 몰입도가 성공 경영의 핵심...월 회식비 10만원으로 올렸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직률 3%에 불과하다며 일하지 좋은 환경 조성에 대한 비결도 털어놨다. 그는 직원들의 이직이유는 먼저, 상사와 동료와 관계, 미래전망, 급여 상여금 등이 요인이라며 삼바는 최근 개인별 지급하는 월 회의비를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몰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임직원 몰입이 높아야 회사가 잘되고 매출이 올라가고 영업이익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회사들이 임직원 몰입을 KPI로 매년 보고 있으며 삼성도 삼성 컬쳐 인덱스(SCI)를 측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밖에 미국 뉴저지에 세일즈마케팅 오피스를 세운 것, 내년 신규 500명 채용 계획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 공장건설 비용이 한국이 훨씬 저렴해 다른 나라에 짓는 것을 당장 생각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안대규 기자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7시 3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