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62만원 언제쯤 볼까요? 물타기 하면 도움이 될까요?" (포털 종목토론방)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주식)' 자리에도 올랐던 엔씨소프트. 그간 호실적을 이끌었던 리니지 효과가 점점 약화하는 가운데 신작 흥행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내리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지속된 주가 급락에도 증권가에선 주가가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날 23만500원에 마감했다. 최근 1년간 고점 대비로는 52% 하락했고, 연초 이후론 49%가량 빠졌다. 올 들어 시가총액은 4조원가량 증발했다. 게임 관련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개로 구성된 'KRX 게임 K-뉴딜지수' 하락률(27.27%)보다도 낙폭이 컸다. 크래프톤(-1.67%), 컴투스(-28.94%), 네오위즈(-29.09%), 펄어비스(+15.61%), 넥슨게임즈(+13.05%) 등 다른 게임주와 비교해도 많이 떨어졌다. 2021년 2월 10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식은 현재 5분의 1토막 났다.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에 대해 실적 부진과 더불어 리니지 이후 핵심 수익원으로 삼을 만한 지식재산권(IP)을 선보이지 못하다보니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보고 있다. 10년을 공들인 대작 '쓰론앤리버티(TL)' 오는 12월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흥행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난 5월 비공개 베타 테스트 진행 이후 이용자들 사이에서 혹평이 쏟아진 게 발단이다. TL은 엔씨소프트가 2012년 '블레이드앤쏘울' 출시 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IP다.
엔씨소프트 신작 'TL' 화면. 사진=엔씨 제공
엔씨소프트 신작 'TL' 화면. 사진=엔씨 제공
실적도 더 이상 '리니지'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졌다. 모방 게임 증가에 리니지의 성장성이 둔화한 데다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등의 신작 성과마저 지지부진해서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반기 대비 3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나 줄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리니지는 점점 힘을 잃고 있고, 신작 공백도 지속되고 있다. 회사는 그렇다 할 주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전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는데 인건비·연구개발비 등으로 여전히 쓸 곳은 많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작년 같은 기간(16%)보다 8%포인트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은 매출 4332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83.86%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해당 실적 추정치는 최근 3개월 내 보고서를 낸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이 내놓은 추정치의 평균값이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어도, 여전히 현재 주가 수준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있단 증권사 분석도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2일 신작 TL의 국내 쇼케이스, 내달 지스타에서 공개되는 다양한 신작 등 신작 모멘텀이 있지만 기존에 알려진 신작인 만큼 이익 전망치의 상향 조정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TL에 대한 보수적 기대감을 시장 눈높이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2024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20.4배로 밸류에이션 부담 있는 주가"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2025년에 신작 '아이온2'와 '프로젝트 LLL'이 출시된다고 가정해도 2025년 이익 성장률이 13.8%에 불과하다"며 "20배 PER 멀티플을 정당화하기에 아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