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및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법상 입법 절차를 위반해 본회의에 부의했다’며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한 것은 실망스럽다. 헌재는 개정 법률안이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는지 심사 중인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본회의 부의를 강행한 데 대해 문제 삼기 어렵다고 했다. 9명 중 4명의 헌법재판관이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결정한 데서 보듯 일부 위법은 인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됐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외 기관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핵심을 피해 갔다. 입법기관인 만큼 더 엄격한 입법 절차 준수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상식과도 괴리된다. 법원행정처 차장, 법제처장 등 예정됐던 의견 수렴 절차가 민주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헌법재판관들에겐 대단치 않은 일에 불과했다.

헌재 판단에 힘을 얻은 민주당은 내달 9일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법안 내용에 대한 면죄부가 아님은 분명하다. 두 법안이 가진 문제의 본질은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내용상의 부적절성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인 대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한 사실상의 ‘파업조장법’이다. 고용하지도 않은 무수한 하청업체 노조와 대기업이 일일이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면 연쇄 파업이 불가피하다.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하청업체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정해온 대법원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노조원별로 불법파업 가해액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때 국정 과제로 정하고도 거센 독소조항 반대 의견에 접었을까. 정권 바뀌었다고 오답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공영방송 이사추천 주체를 국회, 직능단체 등으로 확대한 방송법 개정안도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고 부를 만하다. 직능단체들을 민주당과 짝짜꿍인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 중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야당 시절이던 2016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가 집권 후 파기한 데서도 민주당의 불순한 의도가 잘 드러난다. 대통령실이 일찌감치 우려를 표명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온 법안을 강행하는 목적은 ‘불통 대통령’ 프레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가파식 힘자랑이야말로 자신을 불통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