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가 의대 가라고 등 떠미나" 어느 공대 교수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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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예산 줄이면서 의대는 증원
노벨상 수상자 "R&D는 미래 투자"
강영연 사회부 기자
노벨상 수상자 "R&D는 미래 투자"
강영연 사회부 기자
![[취재수첩] "정부가 의대 가라고 등 떠미나" 어느 공대 교수의 한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0/AA.34901833.1.jpg)
최근 만난 서울 소재 한 공과대학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한숨부터 쉬었다. 대책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공계 패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였다. 지금도 국립·사립을 떠나 모든 공대가 우수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인데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이공계와 직결되는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은 5조2000억원(16.6%) 줄었다. 과학자를 R&D 예산을 나눠 먹는 ‘약탈적 이권 카르텔’ 세력으로 규정했다. 카르텔을 찾기 위한 전방위 조사까지 진행 중이다. A교수는 “일부의 비리로 전체 과학자를 부패하고 파렴치한 집단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대를 가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공계 교수들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 의사가 부족하고, 지방의 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문제는 지금의 정책이 ‘정부가 과학자보다 의사를 우대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만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과학예산 삭감에 대해 “R&D 투자를 그렇게 줄이면 10년 후 한국은 무엇을 먹고살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R&D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 투자라는 얘기다. ‘의대 정원 확대’가 ‘공대 기피 현상’을 부추길까 걱정하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