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색소폰 분 브랜든 최…빛나게 받쳐준 지중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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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아르떼필 정기 연주회
활기찬 협연·재치 있는 해석
차이콥스키 교향곡 '비창'
극적인 3악장과 뜨거웠던 4악장
활기찬 협연·재치 있는 해석
차이콥스키 교향곡 '비창'
극적인 3악장과 뜨거웠던 4악장
딱 200년 전인 1823년 10월 25일은 베버의 오페라 ‘오이리안테’가 초연된 날이다. 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공연의 첫머리를 ‘오이리안테’ 서곡으로 열었다. 초연 후 200년이라는 의미를 기리기 위함이었는데, 전체적으로 선이 굵으면서 잘 짜인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순서는 미국의 현대 작곡가 폴 크레스톤의 ‘알토색소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었다. 독주를 맡은 브랜든 최는 시종일관 날렵한 연주를 선보였다. 한국인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중 처음으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독주회를 한 이유를 알려줬다.
브랜든 최는 1악장에서 위협적인 관현악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고, 2악장에서는 농익은 음색으로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활기차고 재치 있게 연주한 3악장 역시 훌륭했다. 오케스트라는 각 악장의 성격(각각 ‘정력적’, ‘명상적’, ‘리듬적’이란 부제를 달았다)에 딱 들어맞는 연주를 들려주면서 독주자를 충실히 뒷받침했다.
브랜든 최는 앙코르로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장드니 미샤의 ‘코코로’(마음)를 들려줬는데, 특이하게도 무대에 두 무릎을 꿇은 채 연주했다. 곡 자체가 일본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만큼 일본식 정좌 자세로 연주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악상 자체는 동아시아 공통의 어법에 더 가깝게 들렸다. 농현을 섬세하게 구사한 연주도 훌륭했다.
지중배 지휘자는 이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일명 ‘비창 교향곡’에서 곡의 감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해석을 들려줬다. 1악장은 제1 주제부에서 프레이징이 다소 모호하고 성급했고, 발전부 직전에 바순이 전혀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이었고, 풍부한 현악이 돋보인 2악장과 활기차고 극적이며 잘 짜인 3악장,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4악장 모두 수준 이상의 연주였다. 앙코르는 현악 합주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했는데, 깔끔하고 정석적인 해석이었다.
공연 시작 전 지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동양화에는 여백의 미가 있다. 동양화가 아름다운 건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도 악장 사이에 박수를 자제함으로써 여백의 미를 살려보는 게 어떨까’란 발언이었다. 재치 있는 표현에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폴 크레스톤의 협주곡 1악장이 끝나고 작게나마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은 지휘자의 당부가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비창’ 3악장이 끝난 다음에 터진 열화와 같은 박수는 좀 달리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박수가 터지는 건 세계적으로 봐도 비교적 흔한 현상이고, 굳이 참사라고 표현할 일은 아니다. 3악장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얼마든지 박수받을 만한 연주이기도 했고. 최종적으로 4악장이 끝난 뒤 길게 이어진 침묵을 생각해 보면, 지휘자가 말한 ‘여백의 미’는 불충분하나마 실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황진규 음악칼럼니스트
두 번째 순서는 미국의 현대 작곡가 폴 크레스톤의 ‘알토색소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었다. 독주를 맡은 브랜든 최는 시종일관 날렵한 연주를 선보였다. 한국인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중 처음으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독주회를 한 이유를 알려줬다.
브랜든 최는 1악장에서 위협적인 관현악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고, 2악장에서는 농익은 음색으로 감미로운 연주를 들려줬다. 활기차고 재치 있게 연주한 3악장 역시 훌륭했다. 오케스트라는 각 악장의 성격(각각 ‘정력적’, ‘명상적’, ‘리듬적’이란 부제를 달았다)에 딱 들어맞는 연주를 들려주면서 독주자를 충실히 뒷받침했다.
브랜든 최는 앙코르로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장드니 미샤의 ‘코코로’(마음)를 들려줬는데, 특이하게도 무대에 두 무릎을 꿇은 채 연주했다. 곡 자체가 일본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만큼 일본식 정좌 자세로 연주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악상 자체는 동아시아 공통의 어법에 더 가깝게 들렸다. 농현을 섬세하게 구사한 연주도 훌륭했다.
지중배 지휘자는 이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 일명 ‘비창 교향곡’에서 곡의 감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해석을 들려줬다. 1악장은 제1 주제부에서 프레이징이 다소 모호하고 성급했고, 발전부 직전에 바순이 전혀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이었고, 풍부한 현악이 돋보인 2악장과 활기차고 극적이며 잘 짜인 3악장,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4악장 모두 수준 이상의 연주였다. 앙코르는 현악 합주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했는데, 깔끔하고 정석적인 해석이었다.
공연 시작 전 지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동양화에는 여백의 미가 있다. 동양화가 아름다운 건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도 악장 사이에 박수를 자제함으로써 여백의 미를 살려보는 게 어떨까’란 발언이었다. 재치 있는 표현에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폴 크레스톤의 협주곡 1악장이 끝나고 작게나마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은 지휘자의 당부가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비창’ 3악장이 끝난 다음에 터진 열화와 같은 박수는 좀 달리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박수가 터지는 건 세계적으로 봐도 비교적 흔한 현상이고, 굳이 참사라고 표현할 일은 아니다. 3악장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얼마든지 박수받을 만한 연주이기도 했고. 최종적으로 4악장이 끝난 뒤 길게 이어진 침묵을 생각해 보면, 지휘자가 말한 ‘여백의 미’는 불충분하나마 실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황진규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