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표명으로 보는 게 타당"
명예훼손죄 인정한 원심 파기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 표명으로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며 무죄 취지로 이같이 선고했다.
박 교수는 2013년 출간한 이 저서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매춘부’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표현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35곳 표현 가운데 11곳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도서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보면 박 교수가 일본군의 강제 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 행위를 했다는 등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뿐만 아니라 당시 제국주의 사조와 전통적 가부장제 질서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각 표현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조선인 위안부가 구성원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소규모 집단이거나 균일한 특성을 갖고 있는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각 표현이 피해자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물로 인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만든 첫 판례”라며 “학문적 표현물에 대한 평가는 형사 처벌에 의하기보다 공개적 토론과 비판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선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