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를 동결했다. 다소 완화된 물가 상승세와 일부 유로존 회원국에서 나타나는 경기 침체 신호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ECB는 2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연 뒤 연 4.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연 4.0%와 연 4.75%로 유지했다.

유럽중앙은행,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동결
이번 결정은 유로존 물가가 진정되는 추세를 감안한 결과라는 게 ECB의 설명이다. ECB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대부분 완화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이 점점 더 수요를 약화시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EU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3%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10.7%)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었다.

일부 회원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ECB가 고려한 요인 중 하나다. S&P글로벌이 집계한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유로존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7.2에서 이달 46.5로 떨어졌다. 로이터 전망치인 47.4를 밑도는 것은 물론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존 PMI는 유럽 기업의 경제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호황, 밑돌면 침체를 가리킨다.

ECB는 “인플레이션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며 추가 긴축 여지를 남겨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전날 그리스 민영방송 ANT1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가능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