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적응한 원유 시장…2주만에 최저치로 하락 [오늘의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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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브렌트유 모두 배럴당 2달러 넘게 하락
나흘 만에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중동에서의 전쟁 리스크가 재차 완화하면서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미 중앙은행(Fed)이 고금리를 더 오랜 기간 유지할 거란 전망이 나오자 수요 부진 우려까지 더해졌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18달러(2.55%) 내린 배럴당 83.2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2월물은 전장 대비 2.20달러(2.4%) 하락한 87.93달러를 가리켰다. 두 선물 모두 10월 12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를 심야에 급습하면서 일시적으로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기습 공격은 이번 전쟁 기간 있었던 가자지구 침투 작전 중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이 전면적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바로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상 침공을 준비 중”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3주째에 접어들면서 원유 시장은 중동 리스크에 적응한 모습이다.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긴급 유엔총회에 참석, “하마스가 민간인 인질들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도 긴장감을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 역시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도, 전면전에 대해서는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로이터통신에 “이달 초부터 (원유 시장이) 지불해 온 ‘안보 프리미엄’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도 “원유 시장의 신경은 곤두서 있지만, 강세장으로부터는 한발 물러서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전쟁 요인보다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국제유가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5%대로 올라서며 전 코스피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급락했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치인 4.9%(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Fed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거란 관측에도 힘이 실렸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10회 연속’ 인상 행진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GFC미디어그룹의 에산 코만 애널리스트는 “전쟁 리스크가 급증할 뚜렷한 징후는 사라졌다”며 “원유 시장의 관심은 미 채권시장의 변동성과 세계 경제의 취약성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FXTM의 루크만 오투누가 시장 애널리스트도 마켓워치에 “수요 위축 가능성과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세를 되돌려 놨다” 말했다. 다만 미 경제 성장률 지표와 관련해선 “당장 다음 주 예정된 Fed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며 “미국에서 더욱 고무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12월쯤에는 확률이 커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에서의 원유 재고량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중동발 공급 차질 요인이 발견되지는 않고 있어 ‘공급 쇼크’ 확률은 낮다는 평가다. 이젠 다음 달 말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의 감산 결정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연초 하루 130만배럴의 감산을 단행했고, 지난 9월 이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뫼비우스리스크그룹의 필 톰슨 디렉터는 로이터에 “시장은 OPEC과 그 동맹국들의 내년 생산량 계획을 주시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감산이 연장된다면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나흘 만에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중동에서의 전쟁 리스크가 재차 완화하면서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미 중앙은행(Fed)이 고금리를 더 오랜 기간 유지할 거란 전망이 나오자 수요 부진 우려까지 더해졌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18달러(2.55%) 내린 배럴당 83.2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2월물은 전장 대비 2.20달러(2.4%) 하락한 87.93달러를 가리켰다. 두 선물 모두 10월 12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거점인 가자지구 북부를 심야에 급습하면서 일시적으로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기습 공격은 이번 전쟁 기간 있었던 가자지구 침투 작전 중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이 전면적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바로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상 침공을 준비 중”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3주째에 접어들면서 원유 시장은 중동 리스크에 적응한 모습이다.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긴급 유엔총회에 참석, “하마스가 민간인 인질들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도 긴장감을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 역시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도, 전면전에 대해서는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로이터통신에 “이달 초부터 (원유 시장이) 지불해 온 ‘안보 프리미엄’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도 “원유 시장의 신경은 곤두서 있지만, 강세장으로부터는 한발 물러서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전쟁 요인보다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국제유가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5%대로 올라서며 전 코스피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급락했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치인 4.9%(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Fed가 긴축 기조를 이어갈 거란 관측에도 힘이 실렸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10회 연속’ 인상 행진을 멈추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GFC미디어그룹의 에산 코만 애널리스트는 “전쟁 리스크가 급증할 뚜렷한 징후는 사라졌다”며 “원유 시장의 관심은 미 채권시장의 변동성과 세계 경제의 취약성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FXTM의 루크만 오투누가 시장 애널리스트도 마켓워치에 “수요 위축 가능성과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세를 되돌려 놨다” 말했다. 다만 미 경제 성장률 지표와 관련해선 “당장 다음 주 예정된 Fed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며 “미국에서 더욱 고무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12월쯤에는 확률이 커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에서의 원유 재고량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 데다 중동발 공급 차질 요인이 발견되지는 않고 있어 ‘공급 쇼크’ 확률은 낮다는 평가다. 이젠 다음 달 말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의 감산 결정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연초 하루 130만배럴의 감산을 단행했고, 지난 9월 이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뫼비우스리스크그룹의 필 톰슨 디렉터는 로이터에 “시장은 OPEC과 그 동맹국들의 내년 생산량 계획을 주시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감산이 연장된다면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