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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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의 내년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이 지속되면서 증시가 얼어붙고 있다. 기업 실적이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반등할 거라는 전망에 힘입어 최근까지 증시가 우상향했는데,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증시를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내년 실적 전망치 대폭 하향…목표주가 '뚝뚝'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가 있는 국내 243개 상장종목의 영업이익(금융업 등은 순이익) 추정치는 최근 합계 231조2266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239조5922억원에서 3.5% 낮아진 수치다. 올 4분기 컨센서스 역시 1개월 전 대비 3.7% 줄어든 38조1537억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종목의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특히 가파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및 관련 장비' 11개 종목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개월 전 대비 5.6% 떨어진 42조8785억원으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주 6개 종목은 11조835억원으로 같은 기간 12.3% 주저앉았다.

이 영향으로 증권사의 상장 종목 목표주가 추정치 하향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이달 23~26일 증권가에서 종목 목표주가를 제시한 리포트는 모두 418개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154개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은 39개에 불과했다. 미국 금리 급등, 잇따른 국제분쟁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실적 전망치까지 조정을 받자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 실적이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초 증권가의 대체적인 예측이었다. 이런 전망에 힘입어 올 초부터 지난 여름께까지 증시가 빠르게 반등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흐름에 비춰봤을 때 내년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나쁘다" 전망마저 나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의 실적 조정 폭이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만 놓고 보면 대형주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 한달 간 1.0% 하락할 때 중소형주는 8.3%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심리지수 등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하는 등 추세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4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던 무역수지는 연말에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의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만 내년이 더 좋다는 건 지나치게 희망적인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이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면 반등폭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에 크게 못미치는 1.3~1.4%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성장률도 2%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