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터미널 신항 서'컨' 시연 행사
무인 작동으로 작업효율 높이고 환경·안전도 챙겨
[르포] 육중한 항만 크레인이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27일 오전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101번 컨테이너 크레인.
부두 안벽에 접안한 선박에서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들어 올린 101번 크레인의 첫 번째 트롤리는 미끄러지듯 움직여 컨테이너를 바둑돌 놓듯 정해진 적재 공간에 내렸다.

이어 같은 크레인에 부착된 두 번째 트롤리가 컨테이너를 들어 329호 자동이송장비(AGV·Automated Guided Vehicle)에 정확히 내려놓았다.

컨테이너를 실은 AGV는 약속된 경로를 따라 500여m 떨어진 트랜스퍼 크레인 밑으로 이동해 환승장인 WSTP(Water Side Transfer Point)에 멈춰 섰다.

AGV가 멈추자 트랜스퍼 크레인에서 고리가 내려와 컨테이너를 들어 장치장으로 이동한 뒤 컨테이너를 정확한 자리에 쌓았다.

거의 같은 시간 또 다른 트랜스퍼 크레인에서는 장치장에 적재한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환승장으로 이동한 뒤 326호 AGV에 컨테이너를 실었다.

326호 AGV는 같은 방식으로 터미널 경로를 이동해 102번 컨테이너 터미널 밑으로 정확히 이동했다.

101번 컨테이너 터미널의 역순으로 102번 컨테이너 터미널에서도 트롤리가 내려와 컨테이너를 들어 크레인 중간에 있는 적재 공간으로 옮겼고 다시 다른 트롤리가 컨테이너를 연결해 안벽에 접안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실었다.

[르포] 육중한 항만 크레인이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국내 최초로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건설된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에서 수입 컨테이너와 수출 컨테이너가 처리되는 과정은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당연히 모든 과정에서 크레인이나 AGV를 작동하는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해진 신호가 내려지면 크레인 스스로 움직여 컨테이너를 들어 자동화 이송장비인 AGV에 싣고 약속된 경로로 이동한 뒤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리는 작업이 되풀이됐다.

부산항의 기존 터미널에서는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내리는 컨테이너 크레인은 기사가 직업 운전하고 있고, 이송장비인 AGV도 별도 사람 손을 빌려 작동한다.

완전 자동화 터미널과 비교하면 작동 시간에 제약이 있고 날씨나 환경 등에도 영향을 받게 돼 터미널 운영에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준공행사와 함께 터미널 시연 행사를 한 부산 신항 서'컨' 2-5단계는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무인 원격 컨테이너크레인과 자동이송장비를 도입해 선박의 접안부터 항만 출입까지 모든 영역(선석-이송-장치장)에서 무인으로 운영된다.

특히 자동화 항만 장비는 모두 전기로 운영되면서 내연기관이 없는 탄소중립 장비로, 부산과 경남 등 지역 제조기업들이 제작·설치했다.

부산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은 이날 시연 행사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친 뒤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인 서'컨' 2-5단계를 시작으로 향후 서'컨' 2-6단계, 진해신항 등에 최첨단 스마트항만을 조성해 한국형 스마트항만 건설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르포] 육중한 항만 크레인이 미끄러지듯 제자리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