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허가 받아야 해외 나갈 수 있어…퇴직 후도 적용
홍콩매체 "'국가기밀' 규정 모호…외국기업 中사업 위험 증가 우려"
'기밀접근' 국가공무원 해외여행 제한…中 국가기밀보호법 강화
중국이 국가공무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가기밀보호법을 10여년만에 개정한다.

데이터보안법, 반간첩법에 이어 외국기업들의 중국 활동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25일 여러 새로운 조항이 추가된 개정 국가기밀보호법안을 발표했다.

교육, 기술, 인터넷 사용, 군사 시설 등을 아우르는 여러 내용이 확대·심화한 해당 개정안에는 기밀에 접근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에 대해 해외 여행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퇴직 후에도 일정 기간 해당 제한이 유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가기밀과 관련된 공무원이 누구인지, 무엇이 국가기밀인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현행법에는 국가기밀에 접근한 공무원이 퇴직 후 일정 비밀유지기간 동안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만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중국에는 716만명의 공무원이 있지만 국영기업이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해 국가에 고용된 인력은 3천100만명에 달한다.

SCMP는 "외국 기업가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개정 국가기밀보호법이 중국에서 사업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이미 개정 반간첩법과 데이터보안법에 겁을 먹고 있다"며 "국가기밀을 구성하는 게 무엇인지를 포함해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2021년 9월 시행된 데이터보안법은 중국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반간첩법은 간첩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면서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활동을 위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중 유럽상공회의소는 SCMP에 "관련 용어에 대한 명확성은 중국의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기업들에 필수적"이라며 "이는 국가기밀과 관련된 법을 개정할 때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법 전문가 허즈웨이는 국가기밀이 어떻게 규정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서 당국에 의해 국가기밀이 임의로 규정돼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짚었다.

영국 퀸메리대 매튜 버네이 부교수는 "'국가기밀', '국가안보', '국가이익' 같은 용어의 모호한 정의 탓에 국가기밀에 관한 일을 그만둔 후에도 일정 기간 중국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법 집행기관에 맡겨질 것이며 "그 경우 국가이익과 국가안보는 명백히 개인의 권리와 기업의 이익에 우선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활동을 더욱 투명하게 하려는 목적의 기업실사나 다른 활동들이 데이터와 정보 흐름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강화된 통제와 상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국가기밀보호법은 또한 현급 정부에서부터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정부가 정보 기밀유지를 위한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도록 했다.

또 국무원 산하 국가기밀보호국에 국가기밀 관련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국가기밀 보호에 사용되는 모든 기술 제품에 대한 정기 점검도 요구했다.

1988년 만들어진 국가기밀보호법이 개정되는 것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