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하버드 85년 연구의 결과…"행복, 돈 아닌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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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508쪽│1만9500원
하버드 연구가 밝힌 '행복 조건'
1300명 참가자 85년간 추적
"평균소득 이상 버는 사람에겐
돈이 절대적 행복요소 아냐"
부부·동료·친구 등 관계가 중요
연구결과 나열 대신 일화 소개
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 지음
박선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508쪽│1만9500원
하버드 연구가 밝힌 '행복 조건'
1300명 참가자 85년간 추적
"평균소득 이상 버는 사람에겐
돈이 절대적 행복요소 아냐"
부부·동료·친구 등 관계가 중요
연구결과 나열 대신 일화 소개
“좋은 관계야말로 행복의 핵심 요소다.”
다 아는 얘기다. 너무나 당연해서 사람들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곤 하는 이 말을 최근 나온 책인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는 되풀이한다. 말의 무게는 좀 다르다. 85년 동안 1000여 명의 사람을 추적 연구해 얻은 결론이기 때문이다.
그 연구란 1938년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 중인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를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최빈곤층 14세 소년 456명 등 724명의 삶을 평생에 걸쳐 추적했다. 연구자들은 2년마다 참가자를 설문하고, 5년마다 의료 기록을 수집하고, 15년마다 대면 인터뷰했다. 질문은 가족, 직장, 정신·육체적 건강, 삶에 대한 견해, 정치, 종교 등을 포괄한다.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아내와 후손이 뒤를 이으면서 1300여 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 책은 몇 번 나왔다. 연구 책임자인 조지 베일런트가 쓴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 <행복의 조건> <행복의 비밀> 등이다. 이번 책은 네 번째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와 마크 슐츠 브린모어대 심리학과 교수가 썼다. 올해 초 미국에서 발간돼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경제적 안정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2010년 프린스턴대의 앵거스 디턴과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를 인용한다. 가계 소득이 미국 평균 가족 소득인 연 7만5000달러를 넘으면 돈은 행복과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였다. 7만5000달러를 밑돌면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 책은 그 답이 인간관계에 있다고 본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50세가 된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주변과의 관계에 만족하느냐고.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80대가 됐을 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했다. 연구자들은 다른 요인도 조사했다. 그렇게 해도 노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건 재산, 명예, 학벌,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 같은 건강도 아니라 ‘인간관계’였다.
모든 관계가 도움이 된다. 부부, 친구, 직장 동료는 물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우편을 배달해주는 사람까지 주변 사람과의 따뜻하면서 긍정적인 관계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내향적인 사람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도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는 것,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 등이다. 저자들은 좋은 관계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사회가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으로 바뀌면서 갈수록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현대인이 온라인에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주변 사람들에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책은 “지금 여기, 현재의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바탕으로 했지만 책은 학술적 성격과 거리가 멀다. 연구 성과를 정리한 도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들은 참가자의 일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자에 따라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놨다는 반응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연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초기 참가자 724명은 모두 백인 남성이다. 저자들도 인정한다. “1938년 보스턴시와 하버드대는 대부분 백인으로 구성돼 있었다”며 “연구 창시자들이 백인 남성만 연구하는 편리한 길을 택했다”고 했다. 다만 편협한 연구 결과는 이 책에서 소개하지 않았고 초기 참가자들의 아내와 딸 등이 참여해 다양성을 보완했다고 해명한다.
통계적 검증 없이 어떻게 ‘관계가 행복의 핵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는데 저자들은 다른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책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의 엄밀함을 떠나 이 책의 가치는 행복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의 ‘지혜’가 담겼다는 데 있다. 인생이란 길 한복판에 있는 우리가 귀를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다 아는 얘기다. 너무나 당연해서 사람들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곤 하는 이 말을 최근 나온 책인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는 되풀이한다. 말의 무게는 좀 다르다. 85년 동안 1000여 명의 사람을 추적 연구해 얻은 결론이기 때문이다.
그 연구란 1938년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 중인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를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2학년 재학생 268명과 보스턴 최빈곤층 14세 소년 456명 등 724명의 삶을 평생에 걸쳐 추적했다. 연구자들은 2년마다 참가자를 설문하고, 5년마다 의료 기록을 수집하고, 15년마다 대면 인터뷰했다. 질문은 가족, 직장, 정신·육체적 건강, 삶에 대한 견해, 정치, 종교 등을 포괄한다.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아내와 후손이 뒤를 이으면서 1300여 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 책은 몇 번 나왔다. 연구 책임자인 조지 베일런트가 쓴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 <행복의 조건> <행복의 비밀> 등이다. 이번 책은 네 번째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와 마크 슐츠 브린모어대 심리학과 교수가 썼다. 올해 초 미국에서 발간돼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경제적 안정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2010년 프린스턴대의 앵거스 디턴과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를 인용한다. 가계 소득이 미국 평균 가족 소득인 연 7만5000달러를 넘으면 돈은 행복과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였다. 7만5000달러를 밑돌면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 반면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 책은 그 답이 인간관계에 있다고 본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50세가 된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주변과의 관계에 만족하느냐고.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80대가 됐을 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했다. 연구자들은 다른 요인도 조사했다. 그렇게 해도 노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건 재산, 명예, 학벌,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 같은 건강도 아니라 ‘인간관계’였다.
모든 관계가 도움이 된다. 부부, 친구, 직장 동료는 물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우편을 배달해주는 사람까지 주변 사람과의 따뜻하면서 긍정적인 관계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내향적인 사람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도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는 것,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 등이다. 저자들은 좋은 관계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사회가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으로 바뀌면서 갈수록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현대인이 온라인에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주변 사람들에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책은 “지금 여기, 현재의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바탕으로 했지만 책은 학술적 성격과 거리가 멀다. 연구 성과를 정리한 도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들은 참가자의 일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자에 따라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놨다는 반응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연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초기 참가자 724명은 모두 백인 남성이다. 저자들도 인정한다. “1938년 보스턴시와 하버드대는 대부분 백인으로 구성돼 있었다”며 “연구 창시자들이 백인 남성만 연구하는 편리한 길을 택했다”고 했다. 다만 편협한 연구 결과는 이 책에서 소개하지 않았고 초기 참가자들의 아내와 딸 등이 참여해 다양성을 보완했다고 해명한다.
통계적 검증 없이 어떻게 ‘관계가 행복의 핵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는데 저자들은 다른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책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의 엄밀함을 떠나 이 책의 가치는 행복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의 ‘지혜’가 담겼다는 데 있다. 인생이란 길 한복판에 있는 우리가 귀를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