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멤버 여섯 명 가운데 절반인 세 명이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두 명은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하고 있으며, 한 명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이사회를 연다. 이날 이사회의 ‘선택’에 따라 대한항공과의 합병 성사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단독] "아시아나 이사 절반, 화물사업 매각 찬성"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0일 각각 이사회를 연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안을,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 매각을 주요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정하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성패와 직결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최근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분리 매각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31일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게 EC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의 이목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쏠리고 있다. 현재 이 회사 이사회 멤버는 여섯 명. 이 중 사내이사 두 명과 사외이사 한 명이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 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두 명은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한 명의 사외이사는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선 이사 과반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사회 멤버 여섯 명이 모두 참석할 경우 네 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안건이 통과된다는 얘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반대 및 중도 입장인 사외이사를 만나 적극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화물사업 매각을 결의하더라도 이사들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구체적 매각 가격이나 조건 등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승인하는 것 자체로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이사회를 먼저 열고 인수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 7000억원을 통합 전에 아시아나항공이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성자산은 지난 6월 기준 약 9600억원이다. 이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 등을 상환하면 남는 현금은 10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차입금 이외 영구채 이자 등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타당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반대 측은 통합 항공사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화물사업을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찬성 측은 화물사업을 떼어내 두 항공사의 결합을 이뤄내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본다. 화물사업 매출 비중이 2019년 수준인 20%로 돌아가고 있어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것이다.

김형규/강미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