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4개월 만에 머리를 맞댔다. 중동 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조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이날 청사에서 회담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왕 장관과 회담한 뒤 4개월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을 방문한 왕 장관을 환영한다”며 “이틀에 걸쳐 진솔한 대화를 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왕 장관은 “우리는 중요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함께 대응해야 할 도전에 직면했다”며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줄이고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외교 수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중동 문제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문제 등 주요 글로벌 안보 이슈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기술 수출 통제, 공급망 디커플링 등 양국관계의 주요 현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중 갈등의 한 원인이 된 대만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왕 장관의 미국 방문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이날 회담에서 미·중 정상회담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왕 장관은 28일까지 미국에 머무는데,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6월 방중 당시 시 주석과 35분간 회동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