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제가 쓴소리 많이 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지난 26일 국민의힘 혁신위원 인선안 발표가 있던 국회 소통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에 쓴소리할 비윤계 인사가 혁신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이렇게 말했다. ‘혁신위원은 무엇을 희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활동이 끝나는) 두 달 후 알려주겠다. 지금은 좀 빠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 인 위원장의 정치 화법이 화제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와 달리 예민한 질문을 농담으로 회피하면서도 ‘낙동강 하류 세력(영남권 의원)’ ‘꼭 먹어야 할 쓴 약(혁신안)’ 등 정치적 은유를 표현하는 데 능숙해서다.

○정치적 은유 내세운 화법

그의 화법은 위원장에 임명된 첫날(23일)부터 남달랐다. 인 위원장은 23일 ‘공천 룰 변경’과 관련해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날(24일)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을 낙동강 하류에 비유해 ‘영남권 의원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그는 25일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야기한 것이지 농담도 못 합니까”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농담이라고 수습했지만 낙동강 발언을 통해 ‘영남권 물갈이’에 대한 반응을 떠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인 위원장은 자신의 약점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25일 재혼 사실을 밝힌 데 이어 26일에는 “오늘 미리 선포한다. 저는 실수를 많이 하는데 인정하고 넘어갈 용기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메시지(혁신안)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예민한 질문에는 농담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지만 농담으로 불편한 문제를 지적하는 미국식 화법도 구사한다. 그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에 나갈 혁신위원이 공천 룰을 바꾸는 게 적절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집은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정치가 나라의 수준을 못 따라간다. 언론도 조금 그렇다”고 했다. 기자들의 반응이 없자 “왜 이렇게 안 웃어요. 재미난 이야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에게 어떤 직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오늘 추모식에서 손도 못 잡았다. 기자가 엄청 달려들었는데, 전라도 말로 거시기했다”고 답했다. 혁신위 운영 방향과 관련해선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여러분이 아주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굉장히 좋다”며 “완전 정치인”이라고 했다.

양길성/박주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