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정치인들 "더 완화해야"…"정부가 국민 못지켜 자체 무장" 목소리도
하마스 허찔린 이스라엘, 총기규제 완화…"없어서 못팔아" 불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에서 총기 규제가 완화됐으며 실제 총기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총기 관련 법은 비교적 엄격했으며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비롯한 극우파는 규제 완화에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그러다가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대대적으로 급습, 1천400명이 사망한 이후 이스라엘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크네세트(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 22일 총기 면허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새 규정은 전투 보직을 1년 이상 맡았거나 2년간 일반 군 복무를 한 21세 이상 남성 등은 적격 지역에 거주하거나 근무할 경우 무기 소지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는 군 복무를 완전히 마쳐야 자격이 주어졌던 이전 규정보다 완화된 것이다.

지난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10만건 넘는 총기 면허 신청이 접수됐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전에는 1년가량 걸리던 절차지만, 이제는 2주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전역의 총기 판매점에서 치솟은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만큼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르단강 서안 이스라엘 정착촌 출신으로 여섯 자녀의 어머니인 심리트 벤 아로시는 총기 면허를 받기 위해 사격 훈련장에 다니고 있다.

벤 아로시는 로이터 통신에 "10월 7일 사건 이후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밤에 너무 무서워서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총기 면허를 따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의 한 사격장에서 사격 수업을 마치고 나온 라파엘 알코비도 더타임스에 "평생 권총을 잡아본 적도 없고 갖고 싶었던 적도 없다"며 "이제 이스라엘의 상황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마스 허찔린 이스라엘, 총기규제 완화…"없어서 못팔아" 불티
이 사격장 밖에는 민간 무기 면허 등록을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총기 판매점 직원인 샤울(30)은 "총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엄청나다"며 "더 오래 일했고 앞선 전쟁을 겪었던 상사들도 이렇게 수요가 많았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 이전부터 총기 확대에 노력해온 극우파 벤-그비르 장관은 총기 규제 개정안이 통과되자 "총을 소지하라, 그것이 생명을 지켜준다"며 환영했다.

수개월간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불러온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편안의 주역인 극우 정치인 심차 로트먼 의원은 이번에 완화된 것보다도 더 유연하게 총기 소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시민들이 무장에 나서는 이유가 네타냐후 정부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더타임스는 꼬집었다.

사격장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총기를 원하는 첫 번째 이유로 이번 사태에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는 것이다.

12년 전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정착한 교사 겸 랍비인 리오르 시나이는 "국가가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그게 게임체인저"라며 "집권 이후 정부의 존재와 역량은 공허했다.

국민이 '나라는 누가 운영하느냐'라고 묻는 동안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꼼지락거리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