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보건소 등 의사 구인난 심각…도, 정부에 의대 정원 300명 증원 요청
"의대 증원 및 늘어나는 의사들 공공·필수의료로 유인하는 정책 필요"
의사·의대 정원 모두 부족한 경남…공공·필수의료 근근이 버텨
경남 통영시에 있는 통영적십자병원은 의사가 없어 신경과가 현재 휴진이다.

이 병원은 신경과 의사 채용 공고를 여러 차례 냈음에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연봉 3억100만원, 사택 제공, 토요일 근무 수당 20만원 지급 등을 내세워도 소용없었다.

산청군은 보건의료원에서 일할 내과 전문의를 1년 넘게 구하다 지난 6월 가까스로 내과 의사를 채용했다.

지난해 4월 공중보건의가 대체복무를 마치고 떠나자 내과 전문의 자리가 비었다.

산청군은 연봉 3억6천만원을 내걸고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공고 5번 만에 가까스로 충북 청주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했던 의사를 채용하는데 성공했다.

경남도는 공공병원 의사 부족을 일부나마 해소하고자 거점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를 채용해 마산의료원, 거창·통영적십자병원 등에 파견하려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채용 공고를 6번이나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경남도가 채용 목표로 세운 공공임상교수는 11명이었지만, 1명도 구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협조를 받아 의사를 초빙하기 쉽지 않은 지역의 병원에 퇴직 예정이거나 퇴직한 의사를 보내는 '시니어 의사' 활용 사업까지 경남도가 내년에 전국 처음 시도할 정도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경남권에서 의사 구하기가 힘들다.

필수의료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과시간이 끝난 밤이나 공휴일에도 문을 열고 어린이 응급·경증 환자를 치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부모들 만족도가 높다.

경남 18개 시·군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이 있는 곳은 창원시·김해시·거제시·통영시 4곳에 그친다.

창원시·거제시에 2곳씩, 김해시·통영시에 1곳씩 경남에 달빛어린이병원 6곳이 있다.

경남도는 2025년까지 달빛어린이병원을 8곳으로 늘리려 한다.

그러나 예산으로 운영비를 지원해 달빛어린이병원을 더 확대하려 해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부족해 쉽지 않다고 경남도는 29일 설명한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광역지자체가 전국 평균보다 의사 수가 부족하지만, 경남 상황은 이처럼 더 심각하다.

의사·의대 정원 모두 부족한 경남…공공·필수의료 근근이 버텨
경남은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자체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일반의·인턴·레지던트·전문의를 합한 경남 전체 의사 수는 5천716명으로 전국 평균 7천여명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하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가 174.2명으로 전국 평균 218.4명에 못 미친다.

의대도 경상국립대 의대(정원 76명) 한 곳밖에 없다.

의대 정원이 인구 10만명당 2.3명에 불과해 전국 평균 5.9명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인구가 경남도(325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원도(153만)는 의대가 4곳(강원대·한림대·가톨릭관동대·연세대원주)이면서 4개 의대 총정원이 267명이다.

경남 최대도시 창원시는 인구 100만 이상 비수도권 유일한 특례시지만, 의대·치대·약대 등 의료인력 양성대학이 없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나서자 경남도는 지역 의과대학 정원을 현재 76명에서 300명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경남도는 경상국립대 의대 정원을 현재 76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창원시에 정원이 100명 이상인 의대를 신설하는 방법으로 의대 정원을 300명 이상 확대하길 원한다.

경남도는 지역 의사 인력 수요 추계, 공공병원 확충 계획, 다른 지역 의대 정원과의 형평성, 대학의 수용 여건 등을 고려해 '300명 이상'이란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매우 공감한다"며 "의대 증원 못지않게 늘어나는 의사 인력을 공공의료나 필수의료로 유인하는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의대 정원 모두 부족한 경남…공공·필수의료 근근이 버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