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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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2단계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양측 전력에 관심이 쏠린다. 대다수가 성별 구분 없는 징병제와 막대한 방위비, 미국 지원 등을 업은 이스라엘 전력을 압도적 우위로 평가하지만 기동성에 초점을 맞춘 하마스 게릴라 부대와 거대한 지하터널 등은 이스라엘 지상전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지목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현역 군인은 16만9500명이다. 총동원령이 내려진 전 세계 예비군 수는 46만5000명으로 총 병력 규모는 60만명을 넘어선다. 영국의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시드하르트 카우샬 박사는 “어떤 서방 국가의 군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최강 군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유대 자본’으로 중무장한 화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국방 예산은 234억달러(약 31조3200억원)로 세계 15위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이 1973년 4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에 참패한 뒤 해외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메르카바 전차는 120㎜ 주포와 보조무기로 무장해 “독일 전차 군단의 주력 탱크 레오파르트2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평가다.

이스라엘 공군의 핵심 화기인 크피르 전투기도 프랑스의 대표 전투기 미라주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스라엘 공군은 스텔스 기능이 장착된 최신형 F-35 라이트닝Ⅱ 전투기도 50대를 미국에서 들여와 운용 중이다.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전투기와 전차는 각각 600여대, 2200여대에 이른다.

하마스 전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021년 이스라엘 고위급 지휘관을 인용해 “하마스 병력은 3만명 가량”이라고 보도했다. 전시 상황에서는 이슬라믹 지하드, 헤즈볼라 등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다른 이슬람 무장 단체 대원들까지 동원돼 최대 5만명까지 늘어난다.

하마스는 적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특수부대원 등 게릴라 전투에 최적화된 군사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같은 다목적 차량의 뒷부분에 중기관총을 장착하는 식으로 장비도 게릴라 전투에 맞춰 개량됐다. 하마스 무기고에는 이란의 다연장 미사일인 파르즈-3·파르즈-5, 시리아의 지대지 로켓인 M-302, 러시아산 그라드로켓 등이 도입돼 있다. 미사일 총 비축량은 8000∼1만기 정도로 하마스는 지난 7일 침공시 로켓 수천 발을 한꺼번에 퍼부어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을 무력화했다.

카우샬 박사는 “특히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발달된 땅굴 등 지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 이점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의 지하 터널은 300마일(약 483㎢)에 이르며, 깊이도 최장 약 40m에 달한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복잡하고 방대한 지하터널은 하마스의 최대 무기로 꼽힌다. 터널 망에 수많은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어 사전 정보 없이 접근하면 이스라엘 병력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편 이스라엘 측은 이를 뚫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드론과 함께 ‘스펀지 폭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터널 입구에 이 폭탄을 던지면 액체가 섞이면서 팽창해 터널 틈새를 막는 형식으로 이스라엘군이 지하 터널로 들어갈 때 하마스의 매복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카우샬 박사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상당히 비대칭적인 전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마스에는 비용적인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요격미사일은 대당 최대 10만달러에 달해 재정적 부담이 있지만, 하마스가 사용하는 요격 로켓은 훨씬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