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통합한 KB라이프생명이 29일로 출범 300일을 맞았다. KB라이프는 출범 당시 제시한 직원 융합과 실적 개선, 신사업(요양사업) 진출 등 주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재무와 영업에서 경력을 쌓은 이환주 초대 사장의 리더십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환주 리더십' KB라이프, 순이익 두 배로

순이익 두 배 급증

올해 3분기까지 KB라이프는 28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합병 전 두 회사의 순이익과 비교하면 작년 3분기까지의 1344억원보다 두 배, 연간 1842억원보다는 1.5배가량 많다.

올해부터 보험업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서 KB라이프 등 장기 계약이 많은 보험사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회사 측은 합병 전 두 회사의 강점에다 통합 후 약점이 보완되면서 실적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생명보험 등 보장성 보험과 주가에 연동하는 변액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KB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한 저축성 보험을 주로 취급했다. 합병 후 종합적인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영업 채널도 다양해졌다. 판매전문 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 독립 보험대리점(GA), 방카슈랑스 등 채널별 특화 상품을 확대했다. GA는 종신보험, KB라이프파트너스는 장기 역모기지 보험, 방카슈랑스를 통해선 변액연금보험 영업을 강화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합병 이후 사업 경쟁력 강화, KB금융그룹을 배경으로 한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KB라이프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

요양사업 선제 진출

KB라이프의 올해 가장 큰 성과는 생보업계 처음으로 요양사업에 진출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게 꼽힌다. KB라이프는 지난 9월 KB손해보험 산하에 있던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했다. 그룹 차원에서 노인요양사업을 생명보험사로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고령화로 노인요양시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KB 브랜드의 요양시설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서울 위례·서초빌리지는 대기자만 5000명이 넘는다.

KB라이프를 비롯해 신한라이프 NH생명 등 생보사들은 정체된 보험시장의 돌파구로 노인요양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당장 이익을 보진 못하더라도 기존 생명보험과 연계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B라이프는 오는 12월 노인복지주택 단지인 평창카운티를 164가구 규모로 열고 2025년에는 은평·광교·강동빌리지를 차례로 개원할 계획이다.

KB라이프가 실적 개선과 신사업 개척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배경엔 이 사장의 현장형 리더십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개인고객그룹 전무, 일선 지점장 등 경력의 절반을 영업 현장에서 쌓았다. 2022년 KB생명 사장으로 선임돼 두 회사 통합을 주도했다.

통합을 전후해 각 지점을 돌면서 화학적 결합을 추진했다. 프로야구 응원전, 호프데이, 볼링대회 등을 열면서 소통을 강조했다. 지난 5월부터는 젊은 직원들이 경영진의 멘토가 되는 ‘쓴소리 강연’을 매월 진행했다. 이 사장은 최근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를 찾아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임직원 여러분이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