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억1300만 명의 학습자가 등록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 기업 재직자를 위한 11분짜리 리더십 강의를 재생하자 우측 하단에 안경 모양 아이콘이 나타난다. 지난 2분기 시범 도입된 ‘코세라 코치’다. 오픈AI의 챗GPT로 학습자 질문을 이해하고 강의를 축약한 뒤 추천 동영상까지 제공한다. 2000개 이상의 강좌가 7개 국가 언어로 번역된다. 현재 유료 회원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말하는 생성 인공지능(AI)이 에듀테크의 틀을 바꾸고 있다. 핵심은 언어에 막힌 국가 간 교육 장벽을 넘고, 개인의 학습 상황을 파악해 교육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생성 AI는 학습자별 맞춤형 응대가 가능하고, 교육 콘텐츠를 무한정 생산해낼 수 있어 기존 교육의 틀을 깨고 인재를 양성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강의 번역·축약, 맞춤 문제 제공…생성 AI가 에듀테크 틀 바꾼다

너도나도 ‘AI 기업’ 선언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3대 온라인 공개수업(MOOC) 플랫폼은 최근 생성 AI 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4월 AI 도입 계획을 처음 공개한 코세라는 코세라 코치와 함께 AI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도 연말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경쟁사인 유다시티는 ‘유다시티 GPT’를 선보였다. AI를 통해 강의를 요약해주고, 심화 내용의 학습도 돕는다. 에드엑스 역시 생성 AI 기술로 맞춤형 학습 설계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MOOC 기업뿐 아니다. 다양한 영역의 교육 기업들이 생성 AI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10대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대부분이 학습자 맞춤형 AI 프로그램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15조원에 달하는 인도의 바이주스는 학습자가 어려워할 개념을 AI가 사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베터업(직업교육), 캐나다 어플라이보드(유학 대비) 등도 비슷한 기능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외국어 교육 업체 듀오링고는 난이도별 연습문제 생성 AI 등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교육 출판 기업 피어슨도 AI 기반 자동 채점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합종연횡’으로 인재 육성

국내 교육 기업들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과서 개발 경험을 보유한 출판사와 AI 기반 진단평가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엘리스그룹, 뤼이드, 비트루브, 코더블 등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각각 비상교육, 미래엔, NE능률, 교학사 등과 손잡았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SW) 교과서다. 학생 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준별 교육을 돕는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는 “AI 교과서가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교육 기업들도 네이버, 오픈AI 등과의 협업을 통해 AI 모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영어 대화는 챗GPT, 한국어 대화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와 협력한다.

오픈AI, 딥브레인AI 등과 손잡은 교원은 초등학생 대상의 ‘AI 가상교사’, AI 학습 성취도 파악 솔루션 등을 내놓고 있다. 천재교육은 초등학생의 어휘력 향상을 돕는 AI 기반 기초 한자 추천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성 AI 도입으로 에듀테크 분야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AI 기술 도약을 기반으로 2022년 2969억달러(약 403조2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25년 4040억달러(약 528조6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최근 텍스트와 음성을 넘어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는 ‘멀티모달’ 개념이 생성 AI 분야 화두로 떠올랐다”며 “생성 AI에 기반한 에듀테크 혁명은 보다 다양한 형태로 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