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 개발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오렌지세이프티)을 지역 축제 및 각종 행사에 적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에 나섰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다.㈜한화는 오렌지세이프티를 지난 7일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2023’에 처음 적용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100만 명의 인파를 효율적으로 분산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화는 구역별 CCTV 설치 및 안전요원 배치를 통해 관중 밀집도를 4단계(매우 혼잡, 혼잡, 보통, 원활)로 측정했다. 앱의 지도에 이를 빨간색부터 초록색까지 표기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파 밀집도 측정이 가능한 전용 앱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이를 받아본 종합상황실에선 밀집도가 높은 구역에는 관람객을 더 들이지 않고 덜 혼잡한 구역으로 안내했다. 밀집도가 높은 곳은 실시간으로 확인해 통제할 수 있는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했다. 넘어지는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경찰서와 소방서에 바로 출동을 요청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놨다.㈜한화가 스타트업 코드거츠와 함께 오렌지세이프티를 개발한 것은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 때문이다. ㈜한화는 지역 축제 등 인파가 운집하는 각종 행사에 이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통신3사의 데이터를 받으면 더 정확하게 밀집도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관람객이 자체적으로 혼잡도가 낮은 곳에서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유저용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축제뿐 아니라 각 기업의 공장, 생산 현장 등의 안전 관리 시스템 또한 진화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생산 공장에 인공지능(AI) 카메라를 적용해 현장에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감지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핼러윈을 앞둔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지난해 참사 여파로 찾는 이가 없어 한산했다. 축제 대신 희생자를 추모하는 엄숙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반면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등은 핼러윈을 즐기려는 이들로 붐볐다. 경찰·지자체의 통제로 인파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지난 28일 오후 8시께 이태원세계음식거리는 경찰 2명이 골목 입구의 출입을 막은 채 보행을 통제했다. 지난해 참사가 벌어졌던 골목에 대해 경찰이 양방향 통행을 금지했다. 대신 한쪽만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이날 이태원 일대는 예년과 달리 거리가 한산했다. 주변 식당들은 저녁 시간이지만 찾는 손님을 적어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처럼 분장하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핼러윈 소품으로 장식한 가게를 찾기 어려웠다. 식당 주인 김모씨는 “작년에는 대낮부터 예약이 가득 차 식당 내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상인들은 앞으로도 핼러윈 대목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말했다.대신 참사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많았다. 일부 가게들은 입구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10·29 별들을 기억한다’ 추모 글을 내걸었다. 시민들은 참사 현장을 찾아 국화를 헌화하거나 참사를 기리는 추모의 벽 앞에서 묵념하기도 했다.이태원과 달리 홍대거리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홍대거리는 게임·영화 등 각종 캐릭터나 간호사 등으로 분장한 이들이 길거리에 종종 볼 수 있었다. 한 20대 남성은 군복 차림으로 모형 총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20대 남성에 대해 군복단속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을 신청했다.경찰들은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거리 곳곳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마포구 공무원들은 사람들을 향해 “우측 통행하라” “천천히 이동하라” 등을 외치며 분주하게 일대를 통제했다. 홍대클럽거리의 경우 대다수 클럽이 입장하려는 대기자로 붐볐다. 대기 줄만 30m가량 이어졌다. 핼러윈 기간에 문을 연 클럽 ‘온’ 대표 손기훈씨(33)는 “사람들이 이태원을 피해 홍대로 몰릴 만큼 홍대거리는 지난해 참사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주변 가게들은 평소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홍대거리 일대 술집과 식당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이 빼곡하게 찼다.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28일 오후 9시께 이태원관광특구 일대는 약 1만2000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간 최대 5만8000명이 찾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수치가 20%대 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의 경우 9만명 이상이 찾을 만큼 북적였다. 인구 혼잡도는 ‘붐빔’ 으로 집계됐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주말 동안 접수된 인파 관련 사고 신고 건수는 0건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주말 동안 경찰관 620명과 기동대 10개 부대 등 약 126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안정훈/장강호기자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을 맞는 2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대회가 열린다.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2시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대 종교 기도회를 시작으로 추모식 사전 행사를 개최한다. 주최 측은 경찰에 추모식 참석 인원을 3000명으로 신고했다.유족과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마친 후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등을 거쳐 본 추모대회가 열리는 시청역 5번 출구까지 행진할 예정이다.이 추모대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당 지도부·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다.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참사 발생 장소인 이태원 1번 출구 인근 골목길에 조성한 추모 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도 일반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전날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한 후 안전조치 현황 등을 점검했다.유족 측은 오는 30일에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참사 1주기 추모 천주교 미사를 진행할 계획이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