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월이 거의 다 지나간 시점에도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전력 원가 상승 압력, 한국전력의 재무 상태 악화와 이에 따른 전력 인프라 경쟁력 훼손 등 숱한 인상 요인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요금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 1월 연료비연동제(전력 생산 원가인 에너지 가격 변동분을 분기별로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한 이후 매 분기 마지막 달 21일에 다음 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해왔다. 올 들어서는 이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 말까지 2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하지 못한 정부는 한 달 반 넘게 논란을 이어간 끝에 5월 중순에야 ㎾h당 8원 인상을 결정했다.

4분기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4분기 첫 달이 거의 다 지나갔지만 여전히 요금 향방은 안갯속이다. 중동 위기 격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경고가 나오는데도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은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여당 내부에선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는 사이 회사채로 연명하는 한전의 법정 채권 발행 한도는 꽉 찬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81조3770억원으로, 88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최대 발행 한도의 턱밑까지 와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