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제 서품 가능성 문항도 가장 많은 반대표로 통과
사제 독신주의 문제는 "더 많은 고려 필요"
여전히 닫힌 가톨릭…세계주교회의 '성소수자' 언급 없이 폐막
로마 가톨릭교회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한 달가량 이어진 바티칸 회의가 동성애나 여성 사제 서품 등 대표적 논쟁거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2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린 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에(시노드·Synod)는 이날 회의를 종료하며 내년 10월 회의에서 논의할 안건 총 81가지(약 42쪽 분량)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 문항은 회의 참여자들의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 채택됐다.

처음으로 여성 평신도도(전체 365명 중 54명) 회의에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회의에 앞서 가장 관심을 끈 문제는 교회의 동성 결혼 축복, 여성 사제 서품, 사제 독신 의무 등이었다.

특히 이번 시노드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다소 열린 입장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보고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실무 문서에는 여러 차례 등장한 'LGBT'라는 단어도 최종 보고서에서는 아예 빠졌다.

대신 보고서에는 "결혼 여부, 정체성, 성 정체성 때문에 교회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존엄성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여성 사제 서품 가능성을 다룬 문항은 두 건이 통과됐지만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았다.

시노드 책임 보고관인 장 클로드 홀레리히 추기경은 보고서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생각했던 것만큼 저항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다만 "여성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사목과 사역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촉구성 메시지를 담았다.

이 문제에 관해 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출간된 신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도전, 대답, 희망'에서 "여성 사제 서품은 신학적 문제"라며 "교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지만, 여성은 사제직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보고서는 사제 독신주의에 관해선 "모든 사람이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만, 일부는 반드시 규율 의무로 해석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논의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라고만 언급했다.

시노드는 전 세계 주교들의 대표자를 비롯한 대의원들이 모여 교리와 규율, 전례 문제 등을 토의하는 회의체다.

내년 10월에 다시 회의가 열리며, 이때 나온 최종 권고안이나 결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