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수요 심화하자…반등하는 알루미늄 가격 [원자재 포커스]
中 경기부양책에 알루미늄 수요 급증
EU 전기차 전환으로 수요 확대
세계 알루미늄 공급은 감소세
초과 수요 심화하자…반등하는 알루미늄 가격 [원자재 포커스]
알루미늄이 가격이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게 되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 수입을 제한하고 유럽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면서 알루미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모양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알루미늄 선물(내년 1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t당 25.56달러(1.16%) 상승한 2222.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 2개월 만의 최저치인 2176달러에서 반등하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초과 수요 심화하자…반등하는 알루미늄 가격 [원자재 포커스]
알루미늄 가격이 반등한 배경엔 중국이 있다. 중국 당국이 탈탄소화를 내세운 녹색 에너지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보조금을 지원한 것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올해 1~8월 중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7% 이상 증가했다. 또 태양광 발전 규모도 확대하며 알루미늄에 대한 수요가 확대했다.

유럽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따라 알루미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 내연기관이 탑재된 완성차에 비해 전기차에 알루미늄이 더 많이 사용돼서다. 내연차의 경우 한 대당 169kg의 알루미늄이 사용되지만, 전기차는 283kg이 들어간다. 내연기관에 비해 무거운 배터리 용량 때문에 차체를 경량화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 수요가 늘어나서다.

다만 중국 전기차업체의 공세로 유럽 내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르웨이의 에너지기업 노르스크 하이드로의 힐데 메레테 아스하임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전기차가 공격적으로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에 밀려 도태된다면 유럽 내 알루미늄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은 유럽 완성차업계를 되살리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전기차업체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착수했다. 중국 당국의 보조금 정책이 불공정 경쟁을 촉진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올해 1~7월 유럽에 판매한 전기차 규모는 131억달러로 지난해 총판매액 154억달러의 85% 수준이다.

유럽 내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설비를 확대하면서 알루미늄 재고는 급격히 감소했다. 런던상품거래소(LME)가 보관하는 알루미늄 재고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48만 25t에 그쳤다. 지난 5월 말 이후 20% 감소한 수치다. 현재 재고 중 57%도 인도 예정인 상품이다.

공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가인 중국은 연 4500만t으로 생산량을 제한할 계획이다. 알루미늄 제련소가 낙후된 탓에 비효율성이 증가해서다. 러시아산 알루미늄이 대체재로 떠올랐지만, 서방의 제재로 인해 거래가 활성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알루미늄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알루미늄 일일 생산량 평균값은 19만 5700t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3% 감소했다. 1~9월 생산량도 200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 줄었다.

공급 감소로 가격 급등이 예상되자 서방 금융기관들은 러시아산 알루미늄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티그룹을 비롯해 세쿼이아 캐피털, 트라피구아라 그룹 등이 LME에 쌓인 러시아산 알루미늄 재고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러시아산 알루미늄에 관세 200%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수입금지라는 평가다. 다만 금수조치를 시행하진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러시아산 알루미늄을 선제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재고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수입하지 않고 보관만 하게 되면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세계 3위 금속거래중개사인 IXM의 CEO 캐니 이브스도 "러시아 밖에서 러시아산 알루미늄을 사들이고 있다"며 "경쟁사들도 앞다퉈 재고 확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