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사직·이직… 직장인 '스토브리그'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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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고 가을야구가 한창이고,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은 코칭스태프 변동으로 팀 정비에 여념이 없다. 가을야구가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선수들의 팀 이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들의 이동은 FA계약, 팀간 트레이드, 방출 등으로 행해지는데 장기계약에 묶여 다른 팀으로 가고 싶어도 쉽게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트레이드가 이루어져 다른 팀에 소속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팀과 선수 사이의 법률관계는 계약에 의해 규율될 뿐, 이들의 법률관계에 법령이 금지하거나 강제하는 사항은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이동은 어떨까? 근로자에게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와 근로자의 계약으로 모든 것을 규율할 수 없고, 다양한 법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전적 요건이다. 회사가 근로자로 하여금 적을 옮겨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하려면, 종래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민법 제657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없이 그 권리를 제삼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규정 또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근거가 된다. 이는 계열회사간 이적에도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계열사간 전적이 동의 없이 이루어진 확고한 관행이 있으면 동의 없이도 전적이 가능하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근로관계의 이전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변동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면 얘기가 다르다. 먼저 영업양수도의 경우 근로관계는 양수기업으로 포괄승계되는 것이 원칙이고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8다11437 판결). 근로자는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실무상 승계거부권 불행사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 동의서를 받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간혹 동의가 필요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회사분할시 근로관계는 존속회사로부터 신설회사로 이전되는데 동의가 필요 없고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다만 회사분할이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근로관계 승계를 통지받거나 이를 알게 된 때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둘째, 사직 관련 문제이다. 민법 제660조 제1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즉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데, 그것이 제한될 때도 있다.
그 중 흔한 사례가 해외연수 후 소위 ‘의무복무’로, 회사로부터 해외연수 혜택을 받으면 복귀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복무를 하되 위반 시 해외연수를 위해 지급된 비용을 상환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위반인지 문제되는데, 판례는 교육, 연수 또는 훈련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본래 근로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으로서, 우선 사용자가 지출 후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비용 상환 약정 또는 의무재직기간 근무 시 상환의무 면제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44, 24951 판결). 다만,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반환하도록 약정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에 해당하므로, 회사가 지출한 비용이 근로자의 교육, 연수 또는 훈련에 대한 것인지, 실질적으로 근로의 제공에 대한 것인지가 많이 다투어진다.
다소 이례적인 사례로, 비용지급의 주체와 근로제공을 할 대상이 다른 약정을 하는 사례가 있다. A회사에 대한 근로제공 의무를 B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다. 많이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이러한 약정이 금지된다고 볼 근거는 찾기 어렵고, 판례도 (1)주식매매 사안에서 주식 매도인 회사로부터 매각위로금을 받은 다음 매수인 회사로부터 일정기간 내 퇴직 시 매각위로금을 반납하도록 한 사안(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2)전적 사례에서 종전 소속회사로부터 3년분 경영성과급을 지급받고 그 대가로 이적한 회사에서 3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설정한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2. 선고 2019가단5069090 판결)에서 모두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셋째, 사직은 가능하지만 다른 회사 취직이 제한되기도 한다.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면서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이고, 전직금지가처분이 대표적인 분쟁 유형이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경업금지약정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효성을 판단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대체로 낮은 지위보다는 높은 지위, 스텝부서 보다는 기술개발 부서(문과보다는 이과), 재직 중 보다 퇴직 즈음, 일반적(template) 약정보다 대상 근로자별 맞춤형으로 작성된 약정인 경우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 근로자의 전적이 있을 때 퇴직금 지급을 위한 근속기간 산정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A → B → C 순으로 이적을 한 다음 C회사에서 퇴사할 때 A, B, C에서의 재직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산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종종 회사의 정책에 따라 이적을 하게 되었으니, 퇴직금을 합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지면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는 것이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9970 판결).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그렇다면 근로자의 이동은 어떨까? 근로자에게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와 근로자의 계약으로 모든 것을 규율할 수 없고, 다양한 법적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전적 요건이다. 회사가 근로자로 하여금 적을 옮겨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도록 하려면, 종래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민법 제657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없이 그 권리를 제삼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규정 또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근거가 된다. 이는 계열회사간 이적에도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계열사간 전적이 동의 없이 이루어진 확고한 관행이 있으면 동의 없이도 전적이 가능하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근로관계의 이전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변동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면 얘기가 다르다. 먼저 영업양수도의 경우 근로관계는 양수기업으로 포괄승계되는 것이 원칙이고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8다11437 판결). 근로자는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실무상 승계거부권 불행사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 동의서를 받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간혹 동의가 필요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회사분할시 근로관계는 존속회사로부터 신설회사로 이전되는데 동의가 필요 없고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다만 회사분할이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근로관계 승계를 통지받거나 이를 알게 된 때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할 수 있을 뿐이다.
둘째, 사직 관련 문제이다. 민법 제660조 제1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즉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데, 그것이 제한될 때도 있다.
그 중 흔한 사례가 해외연수 후 소위 ‘의무복무’로, 회사로부터 해외연수 혜택을 받으면 복귀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복무를 하되 위반 시 해외연수를 위해 지급된 비용을 상환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위반인지 문제되는데, 판례는 교육, 연수 또는 훈련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본래 근로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으로서, 우선 사용자가 지출 후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비용 상환 약정 또는 의무재직기간 근무 시 상환의무 면제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44, 24951 판결). 다만,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반환하도록 약정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에 해당하므로, 회사가 지출한 비용이 근로자의 교육, 연수 또는 훈련에 대한 것인지, 실질적으로 근로의 제공에 대한 것인지가 많이 다투어진다.
다소 이례적인 사례로, 비용지급의 주체와 근로제공을 할 대상이 다른 약정을 하는 사례가 있다. A회사에 대한 근로제공 의무를 B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다. 많이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이러한 약정이 금지된다고 볼 근거는 찾기 어렵고, 판례도 (1)주식매매 사안에서 주식 매도인 회사로부터 매각위로금을 받은 다음 매수인 회사로부터 일정기간 내 퇴직 시 매각위로금을 반납하도록 한 사안(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2)전적 사례에서 종전 소속회사로부터 3년분 경영성과급을 지급받고 그 대가로 이적한 회사에서 3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설정한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2. 선고 2019가단5069090 판결)에서 모두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셋째, 사직은 가능하지만 다른 회사 취직이 제한되기도 한다.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면서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이고, 전직금지가처분이 대표적인 분쟁 유형이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경업금지약정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효성을 판단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대체로 낮은 지위보다는 높은 지위, 스텝부서 보다는 기술개발 부서(문과보다는 이과), 재직 중 보다 퇴직 즈음, 일반적(template) 약정보다 대상 근로자별 맞춤형으로 작성된 약정인 경우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 근로자의 전적이 있을 때 퇴직금 지급을 위한 근속기간 산정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A → B → C 순으로 이적을 한 다음 C회사에서 퇴사할 때 A, B, C에서의 재직기간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산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종종 회사의 정책에 따라 이적을 하게 되었으니, 퇴직금을 합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지면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는 것이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9970 판결).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