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씨, 오늘 정말 좋았어요. 쉬운 노래 부탁한 거 완전 취소예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arte] 황수미의 노래의 날개 위에
지난 달 피아니스트 안종도와의 듀오 리사이틀을 며칠 앞두고 마음이 꽤나 무거웠다.
일찍이 리사이틀 일정이 정해지고 난 후 제안을 받은 10월의 연주들은 고사했지만 몇 개의 중요한 연주와 학교 일정 등으로 매일매일 예민하게 컨디션을 체크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한 번 만나면 4시간은 훌쩍 넘기는 리허설에 기진맥진이 되었지만 문학에도 유달리 뛰어난 감각을 가진 안종도 피아니스트의 가곡 해석력은 내게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해주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가사에 어울리는 색깔을 찾으려고 참 많은 시간을 나누며 이런 시와 이런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특권이 내게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그런 행복함 한켠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그런데 공연 당일날 우리끼리만 즐거운 건 아니겠지?’
이번 리사이틀은 예술의 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공연이라 매우 신경 써서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나의 음악 활동에 여러모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한 분께서 프로그램이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귀에 익숙한 이태리 가곡, 한국 가곡 또는 오페라 아리아를 프로그램에 넣어주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혀 말씀하시길 내가 하는 대부분의 연주들은 너무 아카데믹하고 어려운 것 같다고 나의 그런 진지함을 좋아하지만 더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선 귀에 익숙한 노래를 더 많이 불러야 한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미소로 답하고 일어섰으나 연주에 대한 사기가 떨어지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로서 본인의 음악관도 중요하지만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의 니즈 (needs)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이해는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직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음악을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의 올바른 가치관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바뀌지 않을 고지식한 생각이다. 물론 제 아무리 어려운 곡을 뛰어나게 연주를 한다고 해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함께 공감해주는 관객이 없다면 연주자로서 얼마나 슬픈 일일까.
연주자는 들어주는 관객이 필요하고 관객 역시 연주자로 인해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서로의 음악적 수준이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이상적인 방향성이 아닐까? 모차르트, 슈만, 말러, 베르크, 코른골트의 작품으로 꾸몄던 리사이틀. 고민하며 준비했던 시간 만큼 진심을 담아 가사를 표현했다. 무대와 관객석이 유독 가까운 600여석 되는 IBK 챔버홀에서 많은 분들의 눈빛과 숨소리까지 느끼며 친밀함을 나누던 시간이 지나고 진심 어린 박수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긴 시간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는 독일 가곡을 연주자와 함께 공감해 준 수준 높은 관객들에게 앵콜은 조금 익숙한 슈만의 ‘헌정’, 윤학준의 ‘별’, 구노의 ‘꿈 속에 살고 싶어요’를 들려드렸다.
그리고 공연 후 로비에서 만난 쓴소리의 주인공께서 달려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길 “수미씨, 오늘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쉬운 노래 불러달라고 말했던 거 완전 취소예요!”
관객들에게 새로운 곡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고 공감하게 하는 것도 연주자의 몫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이 있음에 심장이 뛴다.
일찍이 리사이틀 일정이 정해지고 난 후 제안을 받은 10월의 연주들은 고사했지만 몇 개의 중요한 연주와 학교 일정 등으로 매일매일 예민하게 컨디션을 체크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한 번 만나면 4시간은 훌쩍 넘기는 리허설에 기진맥진이 되었지만 문학에도 유달리 뛰어난 감각을 가진 안종도 피아니스트의 가곡 해석력은 내게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해주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가사에 어울리는 색깔을 찾으려고 참 많은 시간을 나누며 이런 시와 이런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특권이 내게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그런 행복함 한켠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그런데 공연 당일날 우리끼리만 즐거운 건 아니겠지?’
이번 리사이틀은 예술의 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공연이라 매우 신경 써서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나의 음악 활동에 여러모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한 분께서 프로그램이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귀에 익숙한 이태리 가곡, 한국 가곡 또는 오페라 아리아를 프로그램에 넣어주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혀 말씀하시길 내가 하는 대부분의 연주들은 너무 아카데믹하고 어려운 것 같다고 나의 그런 진지함을 좋아하지만 더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선 귀에 익숙한 노래를 더 많이 불러야 한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미소로 답하고 일어섰으나 연주에 대한 사기가 떨어지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로서 본인의 음악관도 중요하지만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의 니즈 (needs)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이해는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직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음악을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의 올바른 가치관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바뀌지 않을 고지식한 생각이다. 물론 제 아무리 어려운 곡을 뛰어나게 연주를 한다고 해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함께 공감해주는 관객이 없다면 연주자로서 얼마나 슬픈 일일까.
연주자는 들어주는 관객이 필요하고 관객 역시 연주자로 인해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서로의 음악적 수준이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이상적인 방향성이 아닐까? 모차르트, 슈만, 말러, 베르크, 코른골트의 작품으로 꾸몄던 리사이틀. 고민하며 준비했던 시간 만큼 진심을 담아 가사를 표현했다. 무대와 관객석이 유독 가까운 600여석 되는 IBK 챔버홀에서 많은 분들의 눈빛과 숨소리까지 느끼며 친밀함을 나누던 시간이 지나고 진심 어린 박수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긴 시간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는 독일 가곡을 연주자와 함께 공감해 준 수준 높은 관객들에게 앵콜은 조금 익숙한 슈만의 ‘헌정’, 윤학준의 ‘별’, 구노의 ‘꿈 속에 살고 싶어요’를 들려드렸다.
그리고 공연 후 로비에서 만난 쓴소리의 주인공께서 달려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길 “수미씨, 오늘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쉬운 노래 불러달라고 말했던 거 완전 취소예요!”
관객들에게 새로운 곡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고 공감하게 하는 것도 연주자의 몫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이 있음에 심장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