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최대주주 변경 종목, 투자하면 돈 벌까…변경 이유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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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2회 이상 변경된 상장사 16개사 살펴보니…
신사업 기대감에 매수세 몰려…평균주가는 12.8%↓

최대주주 반대매매부터 경영권 분쟁 등 사유도 다양
거래정지 2개사, 정리매매 1개사…잦은 대주주 변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대주주 변경 이벤트는 시장에서 대체로 호재라는 분석이 있다. 최대주주가 바뀌고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상장사로 개인 투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대주주가 1년 사이 최소 2회 이상 변경된 종목은 어떨까, 최대주주가 자주 바뀐 종목들은 대부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경 마켓PRO가 1년 새 최대주주가 2회 이상 변경된 종목을 집계한 결과, 16개사가 최대주주 변경을 2회 이상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는 2곳, 코스닥 상장사가 13곳이다. 가장 많이 최대주주가 변경된 종목은 디딤이앤에프(4회)로 나타났다. 그 뒤를 씨티씨바이오(3회), 가온그룹(3회) 순이다. 이 중 3곳은 거래정지되거나 정리매매를 진행 중이다.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상장사 13개사(거래정지·정리매매 등 3개사 제외)의 지난 27일 기준 주가(종가)는 첫 최대주주 변경 공시 당일과 비교해 평균 마이너스(-) 12.8% 떨어졌다. 공시 당일보다 주가가 하락한 곳은 9개사로 나타났다.

잦은 대주주 변경…주가 70% 급락부터 불안한 경영 구조

최대주주 변경 공시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2차전지 장비 업체인 윈텍(-70.5%)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최대주주가 이오테크닉스에서 스페이셜바이오테크놀로지로 변경된 직후 같은 달 다시 토이랜드외 1인으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이후 5월 코스닥 상장사이자 광통신모듈 부품 제조사인 라이트론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모회사인 라이트론 사업 업황이 어려워지자 자회사 윈텍 주가도 지지부진하단 분석이다.

수성샐바시온투비소프트도 첫 최대주주 변경 공시 당일보다 주가가 각각 58.1%, 38.4% 하락했다. 이들 종목은 1년 새 최대주주가 두 차례 변경됐다. 지게차 등 산업용 차량 제조사인 수성샐바시온의 대주주는 웹툰 플랫폼 '투믹스'의 모회사 투믹스홀딩스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투비소프트는 첫 최대주주(노블엠앤비) 변경 직후 방역용품, 반려동물 등의 신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현재는 리얼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로 있다.

올해 4차례 대주주 변경 공시한 디딤이앤에프의 주가 수익률은 9.3%로 나타났다. 연초 반대매매 등의 영향으로 대주주가 수차례 변경됐다. 시장에선 디딤이앤에프가 올해 경영권이 3차례 변경되며 이 회사 대표도 줄곧 교체됐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올해 3차례 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동물의약품 개발사 씨티씨바이오는 경영권 분쟁 중이다. 지난 4월 첫 대주주 변경 공시 이후 주가 상승률은 -8.7%이다.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을 놓고 현 최대주주인 재생 바이오 제약사 파마리서치와 전 대주주이자 경영진인 이민구 대표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와 파마리서치 측 지분이 고만고만한 상황이다. 최대주주 지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통상 최대주주 이슈는 경영권의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투자자들은 변경 공시가 나오면 일단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대주주 변경 뒤엔 신사업 추진…변경 사유가 중요

반면 대주주가 변경된 직후 주가가 급격히 오른 종목도 있다. 퀀타피아(옛 코드네이처)는 첫 대주주 변경 공시 직후 주가가 180% 급등했다. 퀀타피아는 올 들어 대주주가 아이솔루션즈외4인→디씨이외3인→샌드크래프트로 변경됐다.

최대주주가 샌드크래프트로 변동됐단 소식이 전해지며 신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샌드크래프트의 최대주주는 정미숙씨로, 김훈 씨디바이스(Seedevice) 대표의 배우자다. 씨디바이스는 양자형 CMOS 이미지 센서를 개발·제작하는 미국의 반도체 팹리스 벤처 기업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두고 사업 방향성 전환, 신사업 추진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마켓PRO] 최대주주 변경 종목, 투자하면 돈 벌까…변경 이유 더 중요
그렇다고 최대주주 변경이 무조건적인 호재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의 잦은 최대주주 변경은 투자자를 현혹하기 위한 미끼일 수 있다. 금융당국도 매년 발생하는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 사례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 두 차례 대주주가 바뀐 엘아이에스한국테크놀로지, 에코바이브(옛 쎌마테라퓨틱스)는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엘아이에스와 한국테크놀로지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거래정지, 에코바이브는 현재 정리매매를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이 너무 잦은 회사는 장기적이고 안정적 경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에 이를 수 있다"면서 "최대주주 변경 자체보다는 변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중요한데, 기존 주주의 경영 과실로 재무적 곤란을 겪는 와중에 최대주주가 바뀌면 주가는 추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