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 대한 신용 공급이라는 출범 취지에 비춰 지켜야 할 정책적 지향점이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인터넷은행과의 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율 규제 완화 요구와 관련해 한 말이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이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에 해당하는 만큼 규제를 없앨 수 없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그는 8월에도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의 발언과 달리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처음 도입하며 인가를 내줄 당시만 해도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출범 취지는 중·저신용대출 공급이 아니라 ‘금융 혁신’이었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처음 밝힌 것은 2015년 6월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도입 방침을 처음 공개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입 취지에 부합하도록 다음 사항을 인가 심사 때 중점적으로 고려하겠다”며 혁신성,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 기여, 해외 진출 가능성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출범 취지를 설명하는 자료엔 정부가 최근 강조하는 포용금융, 신파일러와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금융 혁신의 필요성을 줄곧 강조하는 가운데 여러 기대 효과 중 하나로 “중금리 대출 활성화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 뿐이다.

이후 정부는 2015년 9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는 혁신성 위주로 심사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와 심사 평가표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도 ‘포용금융’ ‘중·저신용대출’ 등의 단어는 없다.

인터넷은행의 존립 근거가 되는 법률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도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에 대해 “금융 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정부가 2021년 6월 신규 은행업 인가를 내준 토스뱅크는 심사 단계부터 평가표에 ‘포용성’이 포함됐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