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국내 조선 3사가 올 3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일제 분기 흑자를 낸 것은 11년 만이다. 2010년대 중반 10여 년에 걸친 ‘조선업 불황기가 떠오른다’는 장기 전망을 완전히 벗어나 수년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조선업계를 괴롭혀온 고질적 ‘저가 수주’ 물량을 털어내 향후 이익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3분기부터 본격 ‘흑자 랠리’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3분기 741억원의 흑자를 냈다. 2020년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12개 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2분기 이익을 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함께 ‘흑자 랠리’에 동참하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690억원, 삼성중공업은 759억원의 흑자를 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3사를 보면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이익을 냈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이 조선업 불황 시기 수주한 저가 수주분을 해소하고, 고수익 선박 물량이 실적에 반영돼 호실적을 이끌었다. 현대미포조선은 적자 기조를 보였다. 현대미포조선의 주력 선종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선가가 뒤늦게 상승하면서다.
조선 3사, 11년 만에 동반 흑자 '뱃고동'
조선업계는 올해 말 2021년 상반기까지 수주한 저가 물량을 대부분 인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엔 선가가 오른 2021년 하반기부터 수주한 배를 건조하는 터라 이익 폭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 동반 흑자를 낸 조선 3사가 앞으로 당분간 적자를 낼 걱정이 없다는 의미다. 또 조선사들은 선가가 높은 선박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선가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선의 선가는 2020년 1억8600만달러(약 2500억원)에서 작년 2억3600만달러(약 3200억원)로, 지난 9월엔 2억6500만달러(약 3590억원)로 올랐다.

조선 3사, 11년 만에 동반 흑자 '뱃고동'
조산 3사의 실적 개선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모두 3년 치 이상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노후 선박 교체 수요 등이 맞물려 선가가 강세를 유지 중이기 때문이다.

본격 호황기를 맞은 조선 3사는 수익성에 따른 선별 수주 전략을 중심으로 일감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201억9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의 128.2%, 삼성중공업은 63억달러어치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의 66.3%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14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해 21.1%의 달성률을 보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다른 조선사들과 같이 3~4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여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선 3사 ‘카타르 잭팟’

HD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5일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5조2570억원) 수주를 따냈다.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최대 규모로 HD현대중공업의 반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이전 최고 계약은 올 7월 이뤄진 삼성중공업의 컨테이너선 16척(3조9590억원) 규모였다. 국내 조선 3사들은 올해 글로벌 LNG운반선 수주 시장에서 81%를 쓸어왔다.

지난해 카타르에너지는 1차로 LNG운반선 65척을 발주했다. 이 중 54척을 한국 조선사들이, 나머지 11척은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카타르 정부는 LNG 수출 확대를 위해 LNG운반선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27년까지 LNG 생산량을 연간 7700만t에서 1억2600만t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카타르에너지는 올해 2차로 LNG운반선을 발주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17척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협상 중인 30척의 선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에 수주한 LNG운반선의 길이는 길이 299m, 너비 46.4m, 높이 26.5m 규모로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2027년부터 차례로 인도할 예정이다. 카타르에너지가 추가로 발주할 LNG운반선 30척도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수주 조건을 막판 협상 중이다. 두 회사가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세계 LNG운반선 수주 시장의 90%를 점유하게 된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