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차량 공격 영상 공개돼…"가족 승객들 탄 버스도 겨눠" 주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 탱크가 민간인이 탑승한 차량을 공격해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기자 유사프 알 사이피는 30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직접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살라 알딘 도로의 넷자림 교차로에서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도로변에 서 있던 탱크를 발견하고 차체를 돌리려고 할 때 탱크에서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포탄이 발사됐다.

폭격 직후 승용차는 검은 연기에 휩싸여 형체를 분간할 수 없었다.

이에 사이피 기자가 탄 차의 운전자는 황급히 차의 방향을 돌렸고, 사이피 기자는 다른 차들에 아랍어로 멀리 달아나라고 외쳤다.

그는 해당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 도로에 탱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른 운전자들에게 이 방향으로 오지 말라고 경고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사이피는 "일부는 내 경고를 들었지만 다른 이들은 듣지 못했다"며 "(공격을 당한) 차량 운전자는 그 방향에 탱크가 있는 줄 모르고 계속 가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그는 차를 뒤로 돌리려 했지만 그들(이스라엘군)은 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을 당한) 차 안에 남성 운전자와 그의 가족이 타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그들은 모두 죽었다.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사이피는 해당 공격 이후 이 탱크가 여러 가족들이 타고 있던 버스를 공격하는 것도 봤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버스 한 대가 탱크 쪽으로 다가가자 다시 한번 사격을 가했다면서 "이 공격으로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죽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고 차를 돌렸다"고 말했다.

사이피는 도로를 역주행해 현장을 겨우 떠날 수 있었으며 이후 해당 방향으로 더 운전자들이 가지 않도록 경고했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이 영상에 대해 이스라엘군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가자시티 곳곳에서는 이스라엘군 탱크가 진입해 가자시티로 들어가는 도로를 차단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스카이뉴스는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살라흐-알-딘 도로의 통행이 막히며 가자지구 전체가 둘로 나뉘었다고 현지 취재원을 인용해 전했다.

가자지구의 또 다른 기자 사미 자이라는 사이피의 영상이 찍힌 장소인 살라흐-알-딘 넷자림 교차로에서 여러 대의 이스라엘군 탱크와 불도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탱크들이 "탱크를 보지 못한 두 대의 차를 쐈다"며 "3명이 죽었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날 이스라엘군 탱크와 불도저가 이 도로를 막고 있는 영상을 여러 사람이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2일부터 일부 병력과 탱크 등을 가자지구 안으로 들여보내 '제한적 작전'을 시작했다.

이후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2단계' 선언을 기점으로 가자 북부 일부를 점령한 채 하마스와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