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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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가족친화 경영을 하는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족친화 기업, 인센티브 대폭 확대

3일 저출산위 고위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 재정사업이나 국가에서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할 때 가족친화 기업에 대한 가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가족친화인증기업 제도의 혜택을 큰 폭으로 늘리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제도는 자녀 출산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등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작년 기준 897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으면 용역 공급 적격심사 등을 받을 때 가점이 부여된다. 대기업은 79개, 중소기업은 234개 분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저출산위는 현 제도로는 기업의 인센티브가 적어 가족친화 제도를 운영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를 파격적으로 확대해야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바꿀 수 있고, 육아 친화적인 근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게 저출산위의 생각이다.

육아 관련제도를 우수하게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게 세액공제를 추가로 해주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근로자에 대해 쓰는 각종 비용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 대상 인센티브의 구체적 내용은 내달 초 열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본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6개 경제단체와 기업 등이 참석한다.

저출산위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 것은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출산과 육아 친화적인 기업에 다니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출산을 결정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동육아휴직도 검토

기업들 사이에서도 육아 친화적 정책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롯데그룹은 남녀 직원 모두에게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부여하고 있다.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8월부터 1000만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중견기업인 한미글로벌은 지난 6월부터 셋째 아이를 낳으면 연차와 부서에 관계없이 한 직급을 승진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저출산위는 롯데그룹이 도입한 것과 유사한 방식의 자동 육아휴직제를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출산휴가를 쓰면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부여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미사용 신청서'를 내는 방식이다.

다만 재원 마련 문제가 있어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 저출산위 고위관계자는 "고용보험 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기금에 추가로 재정을 넣어야할지,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야할지 등을 놓고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과 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들에 대해 어떻게 추가적으로 지원할 것인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위는 육아휴직 등 근로자가 대상인 '일·가정 양립정책'도 조만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검토가 조기에 완료되면 12월 초 저출산위 본위원회 때 함께 발표하고,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연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출산위가 전방위적인 저출산 대책 수립에 나선 것은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0.78명까지 하락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2분기 기준 0.70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1만8984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8월 기준 2만명이 깨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